경제
코로나 19에 오히려 호텔 잇따라 여는 곳 어디?…정용진, 부산·제주에 `그랜드 조선` 런칭
입력 2020-05-11 15:44 

국내 현존하는 호텔 브랜드 중 가장 오래된 '조선호텔' 등 4개 호텔을 운영하는 신세계 그룹이 호텔사업을 본격 확장한다. 신세계그룹은 독자 브랜드 '그랜드 조선'을 부산과 제주도에 올해 런칭하고 을지로3가·판교·역삼에도 호텔 진출을 확정 짓는 등 2023년까지 호텔 사업장을 9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용진 부회장이 지난 2018년 야심차게 오픈한 부띠크 호텔 '레스케이프'가 절반의 '실패'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정 부회장이 코로나19 상황을 뚫고 호텔업을 그룹의 신 성장동력으로 끌어올리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11일 신세계조선호텔은 새로운 5성급 독자 브랜드로 '그랜드 조선'(Grand Josun)을 확정하고 연내 부산과 제주에 호텔을 개장한다고 밝혔다.
신세계조선호텔 한채양 대표는 "그랜드 조선 브랜드는 국내 최고(最古) 호텔인 조선호텔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혁신으로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선보이는 곳은부산 해운대의 '그랜드 조선 부산' 호텔이다. 기존 '노보텔 앰배서더 부산'의 리모델링 작업이 완료되는 올해 8월 330실 규모의 특급호텔로 문을 연다. '그랜드 조선 제주'는 올해 12월 오픈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제주 중문단지 내에 문을 여는 '그랜드 조선 제주'는 기존 '켄싱턴 호텔 제주'의 리모델링에 더불어 스위트 객실 50실을 추가로 신축 중이며 모두 271실 규모다. 그랜드 조선의 영문명은 기존 조선호텔의 'Chosun' 대신 'Josun으로 표기한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한글 발음대로 표기하기 위해서 영문명을 'J'로 쓰기로 했다"면서 서울과 부산의 웨스틴조선도 'Josun으로 통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그랜드 조선 외에도 을지로·판교·역삼에도 호텔진출을 확정지었다.
을지로는 '힙지로'라 불리는 을지로3가역(중구 저동 2가 81) 앞에 지어진다. 브랜드명과 호텔 등급은 미정이지만 위치상 부띠크 호텔 또는 비즈니스 호텔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역삼은 구 르네상스 호텔 부지(강남구 역삼동 676)에 들어서며 판교는 판교역 현대백화점 맞은편 부지(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538)에 자리 잡는다.
코로나19사태로 서울시내 5성급 호텔의 객실점유율이 한 때 10%대로 떨어지는 등 호텔업계가 경영 위기상태에 빠진 가운데 신세계그룹의 호텔사업 확장 발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 배경에는 정용진 부회장의 호텔사업에 대한 애착이 담겨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정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이마트가 지분 99.88%를 소유하고 있고, 현재 서울 웨스틴조선, 부산 웨스틴조선,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 레스케이프 등 4곳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정유경 총괄사장의 신세계 백화점 부문은 호텔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JW메리어트 서울'이 들어가 있는 반포 신세계센트럴시티의 경우 부동산 자산은 신세계 소유지만 호텔 운영은 글로벌 메리어트가 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018년 7월 신세계의 첫 독자 호텔 브랜드인 '레스케이프'를 오픈하며 호텔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를 컨셉으로 한 부띠크 호텔 레스케이프는 "새롭다"는 호평과 "낯설다"는 비평이 엇갈리며 개장 초기 부진을 면치 못했다. 또 입지조건 대비 객실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과 함께 낮은 투숙률로 신세계조선호텔에 부담을 안겼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매출 2089억원, 영업손실 124억원을 기록하는 등 2014년 이후 최근 5년간 적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지난해 임원인사에서 호텔 실적부진의 책임을 안고 이용호 신세계조선호텔 전 대표가 물러나고 신세계그룹 전략실 관리총괄을 담당했던 '재무통' 한채양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특급호텔 부터 비즈니스 호텔까지 롯데와 신라가 양분하고 있는 한국 호텔시장에 신세계가 어떤 바람을 일으킬 지도 주목된다. 신세계 그룹이 호텔사업에 본격 뛰어 들면서 동일업종간 중복투자를 자제했던 범(凡) 삼성가도 '무한경쟁'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용진 부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은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5녀다. 삼성그룹이 삼성그룹, CJ그룹,신세계그룹으로 등으로 계열 분리되면서 그동안 범 삼성가에서는 그룹간 서로의 업종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호텔업에는 이미 '호텔신라'가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조선호텔'도 100년이 넘는 한국 최장수 호텔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면세업을 끼고 있는 호텔신라와 달리 신세계는 면세업이 정유경 총괄사장의 백화점 부문에 속해 있어 수치만 가지고 단순 비교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삼성가의 3세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가 코로나19 위기 속에 각자의 경영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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