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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원 감독, `안녕, 미누`로 말하고자 했던 것[MK현장]
입력 2020-05-11 12:39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지혜원 감독이 ‘안녕, 미누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일까.
11일 오전 서울 CGV용산에서 영화 ‘안녕, 미누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지혜원 감독이 참석했다.
제10회 DMZ국제다큐영화제(2018) 개막작 ‘안녕, 미누는 함께하는 세상을 꿈꾸며, 손가락 잘린 목장갑을 끼고 노래한 네팔사람 미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바나나쏭의 기적으로 전 세계 22개 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국내외에서 호평받은 지혜원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다.
지혜원 감독은 2016년 가을부터 미국 대선이 시작될 때 트럼프가 등장하며 반이민자 정책이 쏟아졌다. 프로듀서의 친적 분이 미국에 살고 있었고, 이것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국인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이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나 가까이서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자고 이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미누라 불리는 네팔 출신 미노드 목탄은 1992년 스무 살 한국에 와 궂은 식당 일부터 봉제공장 노동자까지 한국에서 살아간 18년 동안 다양한 직업을 거쳤던 국내 이주노동자 1세대의 아이콘이다. 2003년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반대 농성장을 시작으로 한국 최초 다국적 밴드 ‘스탑 크랙다운을 결성하여 투쟁과 축제의 장이면 어디서든 노래했다. 이주민의 권리뿐만 아니라 한국의 소외된 목소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연대했다. 2018년 DMZ 영화제 참석한 지 얼마 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지혜원 감독은 미누 씨의 소식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었다. 이 영화는 재 편집본이다. 개막작으로 상영됐을 때는 미누 씨가 생존했을 때다. 그때는 황금기를 보내고 사회 가치관을 다 정립한 사람이 네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집중해서 편집했다. 미누 씨가 사망하고 나서 편집을 다시 한 이유는 한국의 이주노동자 역사에서 했던 위치나 역할을 큰 그림에서 그리고 싶어 사망 소식을 듣고 나서 재편집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미누 씨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다. 한국에서 한 활동이 가치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하고 추방을 당해서 내가 헛살았나 계속 자문하고 그랬던 사람이었다. 한때는 정말 운동하기 전까지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았던, 내가 한국인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 10년 동안 공장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사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결국 그렇게 하지 못하고 추방당한 것에 아파했던 사람이다. 한국에서 배운 가치관을 네팔에서 어떻게 해서든 실천해보고 싶었다. 동지를 만나지 못해 쓸쓸했던 사람이다. 어느 날, 기도하고 나왔다고 하더라. 내가 죽는 날까지 사회를 할 힘과 지혜를 달라고 했다. 과거를 돌아보고 아파하면서도 본인이 실현하고자 한 것들을 실천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지혜원 감독은 미누 씨가 영화를 본 반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누 씨가 DMZ 영화제에 게스트로 2박 3일간 참여했다. 영화제 열리는 장소에서만 체류해야 했고, 영화제 행사에 참석해야 했다. 미누 씨가 재편집본 전 영화를 본 건 한국으로 이틀 오기 전이었다. 못 올 수도 있어서 영화를 먼저 보내줬다. 다음 날, 전화를 주면서 딱 한 마디 했다. 2시간 정도 운 것 같다고 하더라. 미누 씨의 소감은 그랬다”고 말했다.
지혜원 감독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저도 미누 씨 영화를 만들면서 참 많이 공부하고 새롭게 느끼고 공감했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다른 사회 문제와 머리와 가슴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 알지 못하는 게 많고 일자리 빼앗는다, 세금 안 낸다 등 무지에서 비롯된 혐오가 많다. 그래서 알아야 한다. 알면서도 사람이 낯선 사람에 대해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그걸 없애려고 노력해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미누 씨는 마음에 쌓아둔 장벽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누 씨가 한국에 있을 때 법적 문제는 컸다. 그래도 사회 온정은 남아 있었다. 아프지 말라거나 아프면 나에게 오라거나, 사장으로 부르지 말고 밥 같이 먹자고 말하는 온정이 있었다. 제도적으로 개선됐지만, 지금은 마음 상태는 더 큰 벽을 쌓고 지내는 것 같다. 그 벽에 미누 씨의 이야기가 균열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녕, 미누는 27일 개봉한다.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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