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순다르 피차이 이후의 구글…`지금은 집중의 시기`
입력 2020-05-10 11:13 

'문샷과 같은 신기한 기술들을 내놓던 과거의 구글은 끝났다.'
구글이 코로나19 사태를 만나면서 비즈니스 중심의 사업 집중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대신 코로나19 이후 삶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날 지에 대해 기업 전체 차원에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지난 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즈 등 외신들은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자회사인 '사이드워크랩스'가 토론토에서 추진하던 스마트시티 계획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사이드워크랩스'는 구글이 기술을 통한 사회혁신 실험인 스마트시티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던 프로젝트. 센서를 통해 소음과 기온 등 방대한 데이터들을 모으고 이를 활용해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다니엘 독토로프 사이드워크랩스 CEO는 이날 짧은 성명을 통해 "(토론토 프로젝트를)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러분들에게 알리는 것이 매우 슬프고 실망스럽다"며 "하지만 전례없는 경제적 불확실성과 토론토의 부동산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해당 계획을 송두리째 바꾸지 않고는 12에어커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를 재무적으로 성공시킬 수 없다고 봤다"고 밝혔다.
특히 구글 본사 차원에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점 자체가 크게 변화했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오피스 공간을 위한 부동산 투자를 늘려왔던 구글이지만,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루스 포랏 구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0년부터는 (부동산을 포함한) 설비투자 규모가 전년에 비해 줄어들 것"이라며 "가장 큰 변화는 글로벌 오피스 공간에 대한 투자 감소"라고 말했다.

이처럼 불필요한 투자는 줄이는 반면 구글은 급성장하는 영역에 대해서는 조직을 통합하는 등 빠르게 대응해 나가고 있다. IT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메세지'와 '듀오' '폰' 등과 같은 통화 및 문자메세지 관련 앱 개발 부문들을 모두 구글의 화상회의 시스템인 '미트'(Meet)를 담당하는 사업부문 밑으로 통합시켰다. '행아웃' '듀오' '미트' 등으로 흩어져 있던 화상회의 시스템을 빠르게 통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세 소프트웨어는 모두 구글이 개발한 회상회의 솔루션인데, '듀오'는 1:1, '행아웃'은 25인 이하, '미트'는 그 이상의 대규모 미팅(250명 이하)을 위해 만들어 졌다. 경쟁제품인 '줌'의 경우 이런 구분이 없으며, 기본적으로 최대 100명까지 하나의 채팅방에서 대화가 가능하다. 구글은 또한 최근 '미트'를 무료로 풀겠다고 밝히며 경쟁사인 '줌'과의 대결을 선언하기도 했다.
방대한 사업조직을 갖고 있는 구글이 이처럼 코로나 이후 재빠르게 사업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추구하는 경영 방향이다. 그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구글은 대규모지만 하나로 움직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내부적 도구를 만들고 인프라 등을 계속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물러나던 지난해 12월부터 예상돼 왔다. 지난해 12월 4일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두 창업자가 물러날 때 "피차이는 그동안 알파벳을 통해 다양하게 벌여놓은 프로젝트를 구글 중심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또한 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구글의 CEO를 역임했고 이후에도 기술고문으로 구글 경영에 참여해 왔던 에릭 슈밋이 지난 2월을 기점으로 기술고문마저 그만뒀다고 밝혔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주요 발언
"구글은 대규모지만 하나로 움직일 것이다. 이를 위해 내부적 도구를 만들고 인프라 등을 계속 개선해 나갈 것이다. 나는 분산된 환경 속에서도 우리가 매우 집중적이고 생산적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1분기 실적발표에서)
"클라우드, 유튜브, 구글 서치, 구글 어시스턴트 등과 같은 제품을 보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게끔 만들기 위해 더 깊게 파고 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주된 목적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구글이 하고 있는 모든 작업들에서 가능성을 찾는다."(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 때)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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