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실적 기근에도…상장사, 작년 이익절반 배당
입력 2020-05-07 17:38  | 수정 2020-05-08 11:01
2019사업연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벌어들인 순이익 중 절반을 배당으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순이익이 급감했지만 배당은 그대로 유지한 결과다. 배당성향이 48.55%로 2018년 30.33%에 비해 급등했다. 7일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12월 결산법인을 대상으로 배당성향을 조사한 결과 작년 배당성향은 48.55%로 2018년 30.33%에 비해 60%나 급등했다. 상장사 전체 순이익과 배당금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배당성향은 43.7%로 산출된다. 배당성향이란 별도기준 순이익 중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작년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530개 회사가 현금배당을 했으며 중간배당과 결산배당 등을 모두 더한 총액은 29조34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에 배당한 546개사의 30조3590억원에 비해 3.4% 감소한 수치다. 반면 530개사 순이익 합은 60조4411억원으로 2018년 배당한 546개사 순이익 100조1023억원에 비해 40% 가까이 급감했다. 2019년 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크게 감소했으나 배당금액은 별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주가에 비해 얼마나 배당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시가배당률은 오름세를 보였다. 2016년 1.82%, 2017년 1.95%에서 2018년과 작년에는 각각 2.21%, 2.4%로 2년 연속 2%를 넘어섰다.

가장 많은 배당을 한 회사는 삼성전자로 작년 배당금액은 9조6192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별도기준 순이익은 15조3533억원이었다. 이어 순이익 2조8323억원을 낸 현대차가 1조535억원을 배당에 할애했다.
이처럼 배당성향이 급상승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제기된다. 재계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나 세제를 활용해 기업이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도록 압박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성장 가도에 있는 산업은 사내 유보를 통해 회사 가치를 높이는 것이 유리한 반면 이미 성숙한 산업에선 배당을 높이는 편이 합리적이고 같은 산업에서도 기업별로 정책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기업이 번 돈을 사내 유보로 남겨놓을지, 아니면 주주에게 배당할지는 경영진과 주주가 결정할 문제이지 국가가 강제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며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이제 국제 기준에 맞게 올라온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스튜어드코드십센터장은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글로벌 기업 중 시가배당률이 4~5%인 기업도 상당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작년 한 해가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를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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