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핫이슈] 어버이날 표정까지 바꿔버린 코로나19
입력 2020-05-07 10:02  | 수정 2020-05-14 10:07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마침 '생활속 거리두기'로 일상을 회복한 걸 계기로 어르신을 찾아뵈려던 대한민국의 수많은 자녀들이 고심에 빠졌다. 전날 방역당국이 감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의 안전을 고려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방문을 피하라고 당부하고 나선 때문이다.
2월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로 그동안 석달 가량 외출·외식 자제 등이 이뤄지면서 많은 이들이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다. 특히 어르신들을 노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모신 경우는 감염 우려로 더 찾아보기 어려웠던 터다. 때마침 감염병 확산세가 현저하게 진정돼 정부는 6일부터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지침을 '생활속 거리두기'로 바꿨다. 자연히 외지에서 부모와 떨어져 직장 에 다니는 생활인들에게는 어버이날이 오랫만에 가족들이 모일 기회다.
하지만 방역당국이 요양시설에 있는 고령·기저질환자 등 면역에 취약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며 어버이날 방문자제를 요청하고 나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방역 당국은 요양원 등에 대한 면회를 금지시킨 상태다. 코로나19 진화를 진두지휘하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6일 질병관리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한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정 본부장은 고위험 집단시설인 요양시설에서 코로나19 감염 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면서 면회금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어버이날을 맞아 가족 간 정을 나누는 게 정말 필요한 시기지만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어르신들의 안전을 먼저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건강한 청장년층은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위중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면역이 약한 분들께는 감염도 쉽게 일어나고 위중한 상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영상전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모님의 안부를 살펴보시는 게 필요하겠다"고도 했다. 그는"어느 정도 지역사회 감염 위험도가 훨씬 낮아지기 전까지는 이런 조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이 영상전화로 안부전화하기를 언급한 뒤 적잖은 이들이 실제로 면회 대신 전화나 영상통화를 이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대면이 어려운 만큼 부모님께 우체국 현금배달서비스를 활용해 용돈을 전달하거나 꽃바구니, 가족사진 앨범 등을 택배로 배달시키는 아이디어도 쏟아지고 있다. 요양병원 면회금지가 이어지면서 충남 논산의 한 요양병원은 예약제로 자녀와 어르신 환자간 유리창을 사이에 둔 비대면 면회를 하도록 하는 방법까지 도입했다.
인터넷이나 SNS에서는 이런 다양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끼리 공유하는 게 늘면서 코로나시대 새로운 어버이날 풍경으로 자리잡아 갈 것으로 보인다.
[장종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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