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韓 화장품 최초 `유튜브 골드버튼` CEO가 전하는 세가지 비결
입력 2020-05-07 10:01  | 수정 2020-05-08 10:07
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

직원 수 총 60명 중 14명이 콘텐츠팀에 소속된 수상한(?) 화장품 회사가 있다. 직원 4명 중 1명은 화장품이 아닌 영상을 만든다. 그 결과 국내 뷰티 브랜드 최초로 100만 구독자를 넘어 유튜브 '골드 버튼'을 받는 성과를 냈다. 웬만한 대기업도 못 해낸 쾌거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박성호 위시컴퍼니 대표는 콘텐츠 브랜딩 성공 비결로 제품명을 가릴 것,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릴 것, 그리고 단기적인 조회수와 구독자 수에만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7일 박 대표는 "과연 구독할만한 가치가 있는 유튜브 채널인가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해야한다"며 "단순 브랜드 노출보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어떻게 쓰면 좋을지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독자들이 궁금해하고 일상생활 속에서 응용할 수 있는 뷰티 팁을 위주로 제공한 결과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2010년 창업한 위시컴퍼니는 민감성 스킨케어 '클레어스'와 '바이위시트렌드', '정글보태닉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위시컴퍼니 유튜브 채널 '위시트렌드TV'에 업로드된 콘텐츠들은 제품을 활용해 무더운 날씨에 지성 피부를 위한 스킨케어 방법, 선 로션에 대한 모든 것, 비비크림을 스마트하게 쓰는 법 등 하우 투 스킨케어(How to skincare)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날 기준 위시트렌드TV 구독자 수는 140만명, 누적 조회수는 1억뷰에 달한다.
위시트렌드TV 제작 현장.
브랜드를 노출하지 않는 자신감에는 성공 경험이 깔려있다. 박 대표는 "창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 처음으로 자체 온라인몰을 통해 역직구 주문이 들어왔다"며 "광고를 한 번도 한적이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과 구매 경로를 분석해봤다. 웹진에 게재한 콘텐츠를 보고 주문을 한 것이었다. 콘텐츠의 힘을 제대로 느꼈던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위시트렌드TV 모든 콘텐츠는 영어로 제작된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일본에서는 해당 국가 언어로 영상을 만든다. 인종을 다양하기 위해 흑인 모델을 기용해 영상도 제작했다. 그 결과 수년째 위시트렌드TV를 구독하며 응원해주는 해외 팬들이 생겨났다. 위시트렌드TV 전속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는 해외 뷰티 컨퍼런스장은 팬미팅 현장을 방불케한다. 이에 힘입어 위시컴퍼니 매출의 80%가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위시컴퍼니 콘텐츠팀은 단기적인 조회수와 구독자수 보고에 연연하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독립적인 운영권을 넘겨줘야 한다는 박 대표의 판단에서다. 박 대표는 "콘텐츠는 단기적인 목표를 두어선 안 되는 영역"이라며 "유튜브를 시작하고 골드 버튼을 받을 때까지 6년이 걸린 만큼 꾸준한 기다림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위시컴퍼니 콘텐츠팀은 PD와 촬영, 작가, 편집 등 인원을 모두 갖추고 있다. 사내 팀 규모로는 최대다.
물론 최종 결정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대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박 대표는 SNS를 즐기는 젊은 CEO다. 유튜브뿐 아니라 핀터레스트, 브이라이브 등 다양한 SNS에서 실험하는 것을 즐긴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위시컴퍼니 채널은 론칭 직후 구독자 수 4만명을 돌파했다. 박 대표는 최근 10분 이하 짧은 동영상을 제공하는 플랫폼 '퀴비'에 꽂혀있다.

소비자들은 위시컴퍼니 제품의 정체성에도 열광한다. 특히 클레어스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 프렌들리 브랜드로 20~30대 여성들에게 잘 알려져있다. '서플 프레퍼레이션 토너'는 지난해 누적 판매 100만병을 돌파했고, '비타민드롭'도 이달 100만병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선크림 '소프트 에어리 UV 에센스'는 화장품 비교 애플리케이션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동물실험이 필수인 중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고 얻은 성과다.
박 대표는 "유튜브와 틱톡이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또 다른 채널이 등장했을 때 곧바로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을 키우는 게 향후 10년간 해나갈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좋은 제조사와 부자재사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국내 뷰티 산업 생태계 발전에 일조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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