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천천히 일상 찾아야 하는데…생활 방역 첫날 풍경은?
입력 2020-05-07 08:02  | 수정 2020-05-14 08: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크게 줄어들면서 정부가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 방역)를 시행한 첫날인 어제(6일) 서울 번화가 곳곳에서는 '1m 이상 간격 유지'가 사실상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정부는 기존 사회·경제활동에 방역 활동을 더하는 생활 방역 지침을 발표하면서 일상 속에서도 최소 1m 이상 간격을 둘 것을 권장했습니다.

그러나 취재진이 찾은 쇼핑몰과 식당에서 이런 지침을 지키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날 낮 12시 30분쯤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식당가를 찾은 손님들은 발 디딜 틈 없이 다닥다닥 붙어 식사했습니다.


식당가를 오갈 때 대부분은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으나 간혹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거나 아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시민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습니다.

마스크를 턱 아래로 내린 채 코엑스몰 인근을 걷던 직장인 45살 박 모 씨는 "날이 더워져 땀이 차 마스크를 쓰고 있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지인과 식당가를 찾은 50대 여성 A 씨는 "코로나19 환자도 더 나오지 않고 있고 코엑스에서 환자가 발생한 것도 아닌데 이 정도면 안전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서울 중구의 식당가도 점심시간이 되자 서로 밀착한 채 식사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카페에서도 마스크를 벗고 테이블에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등 거리 유지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직장인 30살 백 모 씨는 "며칠째 국내 확진자가 안 나온 만큼 점심 정도는 밖에서 먹어도 될 것 같다"며 "대부분 마스크도 잘 착용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식당과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여러 명이 한 테이블에서 마주 앉아 식사하는 모습은 흔했습니다.

한 식당 관계자는 "오늘부터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예전에도 점심 시간대 사람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월 말 폐쇄됐다가 이날부터 다시 문을 열게 된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은 대체로 한산했습니다.

도서관 측은 사전에 홈페이지로 예약한 사람만 오전(오전 10시∼오후 1시)에 150명, 오후(오후 3시∼6시)에 150명이 입장할 수 있게 하루 이용객 수를 제한했습니다. 매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는 실내 방역작업을 합니다.

이용객들은 입구에서 발열 체크를 하고, 손 소독제를 사용한 뒤 분홍색 띠를 손목에 부착해야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서가 사이에 있는 열람석은 의자를 모두 빼놓아 이용할 수 없었고, 컴퓨터가 배치된 멀티미디어실도 폐쇄됐습니다.

대학 신입생 19살 김 모 씨는 "평소 공부하거나 책을 빌리려고 자주 가던 도서관이 문이 닫혀 그동안 카페나 서점을 자주 갔는데 다행"이라며 "방역과 출입 통제를 철저히 하는 만큼 불안하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지역 주민 65살 송 모 씨는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전부 빼놓아 불편하기는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많이 진정됐으니 이렇게 천천히 일상을 찾아가도 될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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