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급격히 늘어난 긴급돌봄 수요…교육 현장 '곤혹'
입력 2020-05-07 07:35  | 수정 2020-05-14 08:05

2개월 넘게 미뤄진 등교 개학이 이달 말로 다가온 가운데 급격히 늘어난 긴급돌봄 수요로 인해 교육 현장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7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긴급돌봄을 이용한 인천 지역 초등학생은 6천293명, 유치원생은 1만84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지난 3월 2일 긴급돌봄에 나온 초등생과 유치원생이 각각 1천304명, 2천185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5배 증가한 것입니다.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지고 돌봄 공백이 2개월 넘게 길어지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선 학교에서는 긴급돌봄에 나오는 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어 현장의 일손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1개 돌봄교실에는 10명 안팎의 인원만 수용할 수 있고, 교실별로 교사나 전담사 1명을 배치해야 하는 탓에 늘어나는 돌봄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천 동구 한 초등학교 교장은 "우리 학교의 경우 1∼2학년은 절반 넘는 학생이 돌봄에 나온다"며 "교사가 학교에 나오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동시에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학교에 나온 아이들도 있는 장소만 교실이지 온라인 수업을 받는 것과 다름 없는 것"이라며 "이런 어려움 때문에 돌봄교실에 나온 학생을 돌볼 수 있게 따로 강사를 고용해 배치하고 있지만 돌봄에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독·방역과 공문 처리 등 각종 행정 업무가 쏟아지는 점도 현장의 고충을 더합니다.

인천 한 유치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44살 이수진 씨는 "세 학급 중 한 학급만 운영하다가 긴급돌봄 수요가 늘면서 두 학급으로 늘렸다"며 "당장 아이를 돌볼 인력은 있지만, 매 시간 장난감과 식기를 소독하고 급식 운영에 등원 계획까지 짜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씨는 또 "각종 공문이 내려오고 아이들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짜야 하는 상황"이라며 "학급 수가 많은 병설유치원의 경우 보건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긴급돌봄에 아이를 보내려는 학부모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초등 2학년 자녀를 둔 42살 이 모 씨는 "긴급돌봄을 신청하려 하니 12명 정원이 다 찼고 학교 사정상 반을 추가로 만들 수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맞벌이라 더 이상 아이를 맡길 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인데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육당국은 학교마다 교실이나 인력 여건이 다른 만큼 돌봄교실 인원 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도록 안내한 상태입니다.

인천북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보통 한 교실당 돌봄 정원이 10명 정도인데 컴퓨터실처럼 넓은 교실의 경우는 학생을 15명까지 받도록 했다"며 "주기적으로 현장 점검을 하고 학교마다 상황에 맞춰 재량껏 학생을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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