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인영 고별 기자간담회, "영광은 국민 몫, 혹평은 제 몫"
입력 2020-05-03 17:32  | 수정 2020-05-10 18:05

"혹평은 제 몫이고 영광은 모두 국민의 몫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0대 국회 마지막 집권여당 원내사령탑 자리를 내려놓습니다.

그의 임기는 오는 7일 원내대표 경선과 함께 종료합니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정치개혁·검찰개혁 법안 처리라는 무거운 임무를 떠안은 채 링 위에 오른 이 원내대표는 극심한 여야 대립 속에서도 일단 개혁입법을 완수해 냈습니다.

여소야대 20대 국회를 끝내고 개헌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입법 활동을 보장할 수 있는 180석의 총선 '대승'을 견인한 것도 큰 성과입니다.


다만 '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제1야당 없이 '반쪽' 처리하고 이 과정에서 '동물국회'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맞불 등 '막장 국회'로 치달은 것은 오점으로 남았습니다.

이 원내대표도 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패스트트랙 협상에 대한 짙은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그는 특히 여야 원내대표들이 지난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방미했을 당시를 언급한 뒤 "(패스트트랙)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 시점을 그냥 놓친 것이 매우 아쉽다"며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는 "(미국으로) 출발하는 날 황교안 당시 통합당 대표가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가 조기귀국을 하게 됐고,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돌아와서 좀 더 이야기를 해볼까 싶었는데, 197건에 달하는 모든 법안에 대해 모조리 필리버스터를 걸었다. 그건 경색된 분위기의 반영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나 원내대표와 그래도 이야기를 해봐야 하는데, 진지한 협상을 마지막에 해보지 못했다"며 "심재철 원내대표로 바뀌고 정기국회 시한에 몰려 갈등이 시작됐고, 국회 공간에 (태극기부대 등) 수천명의 사람들이 밀고 들어와 국회를 점거하려는 상황을 보고 완전히 멀어졌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내대표는 "4+1을 발동하며 이 과정에서 제가 짊어져야 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면 제 몫으로 다 지고 가겠다고 마음먹었다"며 "(협상 내용상으론) 저희가 상정했던 아이디어와 최종적 결과가 그렇게 멀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최종적으로 위성정당이 창당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좀 민망하고 겸연쩍은 상황이 됐던 건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했던 절박성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민께 약속했던 공존의 정치, 협치의 새 마당을 만들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며 "유연한 진보와 합리적인 보수로 한국 정치를 혁신하고, 품격 있는 경쟁을 벌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비주류'로서 가졌던 걱정도 뒤늦게 털어놨습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초대 의장 출신이자 당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그룹의 대표주자인 이 원내대표는 고 김근태(GT) 전 열린우리당 의장 주축의 'GT계'로 분류됩니다.

그는 "혹자는 친문(친문재인)이 아니라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도 했다"며 "그러나 끝날 때가 되고 보니 생각보다 꽤 (많은 일을) 했다"고 자평했습니다.

아울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재단 유튜브 방송에서 자신을 향해 '존경하고, 배울 점이 많은 분'이라고 평가한 데 대해 "참 고맙다"며 "비어 있던 제 가슴의 한 편이 채워지고, 지난날 내면에 쌓아두었던 반목과 분열과 상처가 아무는 큰 위로의 말이 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180석 승리의 역사적 무게를 두려운 마음으로 겸손하고 당당하게 감당해 내리라 믿는다"며 "당정청 관계도 상호 공동의 협력관계로 확고하게 정착시키고 발전시켜 나가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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