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리스크 줄이니 이익급감 반발"…운용사도 `원유상품 잔혹사`
입력 2020-04-24 17:38  | 수정 2020-04-24 23:04
원유 가격이 출렁거리면서 유가 방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자 투자상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하룻밤 사이 20%가량 바뀌다 보니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수익률을 맞추지 못하는 상품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은 원유가격이 마이너스가 되는 날 증권사가 추가 상장을 해서 괴리율 맞추기에 실패하고 원유 상장지수펀드(ETF)는 6월물 가격이 급반등하던 날 운용사가 포트폴리오를 변경해 원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제자리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ODEX WTI원유선물 ETF는 0.48% 오른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23일(현지시간) WTI 6월물은 19.73% 올랐으나 단일가 매매 방식으로 거래되던 KODEX WTI원유선물 ETF 가격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최근 근월물 가격이 한때 마이너스로 갈 정도로 유가 하락의 위험이 커지면서 삼성자산운용이 6월물뿐만 아니라 7·8·9월물까지 편입했기 때문이다.
삼성자산운용은 23일 홈페이지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원유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진입할 경우 투자자는 투자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어 6월물 외 다른 월물의 원유선물을 편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ODEX WTI원유선물 ETF에서 6월물 비중은 22일 80%에서 24일 34.75%로 급감했다. 해당 ETF에서 나머지 비중은 7월물 19.93%, 8월물 20.19%, 9월물 9.49%이고 미국 대표 원유 ETF인 'United States OIL ETF'(USO)도 15.64%를 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굴리는 돈이 큰 ETF 운용사가 포트폴리오 변경을 미리 공지하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선행매매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22일 저녁 포트폴리오 변경을 결정하고 23일 아침에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6월물 가격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서는 시점에 6월물 비중을 낮추고 가격 변화가 거의 없는 7·8월물을 넣어 수익률이 불리해지자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리스크를 줄이기는 했지만 유가 상승기에 ETF 가격 상승폭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삼성자산운용 KODEX(코덱스) WTI원유선물(H)의 임의적인 종목 구성 변경으로 인한 피해'라는 글을 올렸고, 24일 오후 4000명가량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회사 측이 상품 설명서와 다르게 임의로 ETF 구성 종목을 변경함으로써 주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줬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삼성자산운용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고 소송 준비를 위해 만든 네이버 카페에는 800명가량이 가입했다.
한편 원유 레버리지 ETN에서도 괴리율 차이로 인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WTI 5월물이 20일 -37달러가 되며 전체 WTI 선물이 급락한 날 ETN 추가 상장을 하고 거래를 재개했지만 괴리율이 크게 올랐다. 유동성공급자(LP)가 하한가에 매도 주문을 내도 떨어진 유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라 시장가격이 실시간지표가치(IIV)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증권은 거래 재개를 위해 27일 추가 상장은 하되, 실제 주문은 내지 않고 장중 거래가격이 지표가치와 근접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유가가 오르거나 개인투자자가 낮은 가격에 매수 주문을 내서 괴리율이 자연적으로 낮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WTI원유선물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관련 파생결합상품인 ETF와 ETN의 원금 전액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전액 손실 가능성을 살펴보면 투자 구조의 차이로 인해 ETF보다 ETN의 원금 손실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원유 ETF에 투자한 개인들이 원금 전액 손실을 당하려면 KODEX WTI원유선물 ETF는 보유자산의 순자산가치가 0이 되는 상황이 도래해야 한다.
반대로 ETN은 기초지수 움직임을 추종하는 건 비슷하지만, 기초지수에 반영된 개별 원유선물 종목을 실제로 매수하지 않는 점에서 다르다.
ETN 지표가치(IV)는 전날 지표가치에 당일 기초지수 변화분(당일 기초지수 종가/전일 기초지수 종가)을 곱하고 나서 제비용을 빼고, 분배금은 합산해서 산출되기에 결국 기초지수 산출에 반영되는 만기가 가장 가까운 원유선물(최근월물)과 그다음으로 만기가 가까운 원유선물(차근월물) 간의 차이에 큰 영향을 받는다.
우선 모든 ETN 상품 공통으로, 롤오버가 끝난 상태라고 가정하면 당일 기초지수 종가가 0을 기록(WTI원유선물 가격이 0달러)하면 즉시 원금이 전부 손실된다.
[김제림 기자 /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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