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긴박했던 검거작전…'라임핵심' 김봉현·이종필 어떻게 잡았나
입력 2020-04-24 14:17  | 수정 2020-05-01 15:05
1조6천억원대 피해액이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벌이고 잠적했던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경찰에 붙잡히게 된 과정은 첩보 영화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오늘(24일) 경찰 등에 따르면 라임 사태와 별개로 경기도의 버스회사인 수원여객의 회삿돈 161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김 회장을 쫓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회장이 제3의 인물인 A 씨와 이달 초 서울 모처에서 만난 사실을 최근 확인했습니다.

경찰은 앞선 지난달 30일 김 회장과 함께 수원여객 횡령 사건을 저지른 뒤 달아났던 김 회장의 측근이자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 B 씨를 경기도 안산에서 체포했는데 이후 A 씨가 B 씨의 가족을 따로 만나자 A 씨가 김 회장과도 접촉할 수 있다고 보고 그를 주시해왔습니다.

김 회장과 A 씨가 만난 장면을 CCTV로 확인한 경찰은 그때부터 각 도로의 CCTV로 김 회장의 동선을 추적해갔습니다.

김 회장을 뒤쫓던 경찰의 시선은 전날인 어제(23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단독주택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김 회장이 A 씨를 만난 이후 택시를 7차례 갈아탄 탓에 이 주택 앞 마지막 택시에서 내린 남성이 김 회장인지 아닌지는 CCTV상으로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주택 앞에서 잠복에 들어간 수사관들 앞에 이날 밤 9시쯤 한 남성이 나타났다.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 콜택시를 타려던 그는 지난 5개월간 도주 행각을 벌인 김 회장이었습니다.

김 회장은 수사관들이 다가와 체포하려 하자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제시하고 저항까지 했지만, 몸싸움 끝에 체포됐습니다.


수사관들은 김 회장에 대한 신분 확인을 마친 뒤 증거확보를 위해 그가 은신처로 삼았던 주택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라임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이종필 전 부사장까지 체포하는 예상치 못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 전 부사장은 김 회장과는 달리 별다른 저항 없이 순순히 체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하는 수원여객 사건과는 김 회장만 관련이 있어 김 회장만 추적하던 터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을 줄은 몰랐다"며 "확인해보니 검찰이 체포영장을 받아놓고 쫓던 인물이어서 함께 체포했다"고 말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수사관들은 이 전 부사장 외에 또 다른 남성이 주택에 머물다가 창문으로 달아나는 모습을 목격한 것입니다.

그는 창문을 넘어 단층인 이 주택의 지붕으로 달아났지만 뒤쫓아온 수사관들에게 결국 붙잡혔습니다.

이 남성은 전 신한금융투자 심모 팀장이자 라임의 자금 조달책으로 김 회장, 이 전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인물이었습니다.

경찰은 수원여객 횡령 사건과는 무관한 이 전 부사장과 심 팀장은 라임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으로 신병을 넘기고 체포 이틀째인 이날 김 회장을 상대로 수원여객 횡령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한편 김 회장 등이 머물던 주택에서는 수억 원의 현금도 발견돼 경찰은 이 돈의 출처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최근 1주일 정도 이 주택에서 머문 것으로 파악됐으며 그전에는 한달가량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 숨어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기남부청 이승명 지능범죄수사대장은 "김 회장이 도움을 청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 등 김 회장과 접촉이 예상되는 사람들을 선정해 꾸준히 살펴보다가 조력자와 만나는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했다"며 "앞으로 김 회장 조사에 최선을 다해 어떤 의혹도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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