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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팅걸스’, 슛할 때 깨워주세요[한현정의 직구리뷰]
입력 2020-04-24 07:45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착하고 친근한데다 우직하다. 하지만 개성이 없고 매력도 없다.
13명에 불과한 선수로 우승 신화를 일궈낸 삼례여중 축구부의 투혼을 그린 구수한 여성 스포츠 영화, ‘슈팅걸스(감독 배효민)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소연, ‘조소현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배출해내며 국제적 위상을 쌓아가고 있는 국내 여자 축구를 소재로 다룬 영화는 단 13명의 부원으로 2009년 여왕기 전국축구대회에서 우승한 ‘삼례여중 축구부와 그들의 영원한 스승 ‘故 김수철 감독이 함께 써 내려간 우승 감동실화를 그린 청춘 드라마.
지난 2000년, 삼례여중은 한국 여자축구 발전과 지역 체육발전을 위해 축구부를 창단했다. 그리고 영화 ‘슈팅걸스는 창단 이래 약 20년 동안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이 삼례여중 축구부가 전설로 발돋움하게 된 첫 순간을 담아낸다. 각종 시련 속에서도 아픔을 극복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선수들의 꿈과 열정, 혹독한 성장 통을 녹였다.
선수들 대부분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축구화조차 없는 경우가 많았고, 인조 잔디가 깔리지 않은 맨땅에서 훈련해야만 했다. 선수가 부족해 주전 선수가 부상을 당해도 교체자가 없었고 주변의 조롱과 편견과도 맞서야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훌륭한 감독과 더불어 피와 땀, 서로에 대한 신뢰와 꿈에 대한 열정으로 전설을 이루고야 만다. 단 13명으로 8일 동안 리그전 3회와 토너먼트 3회의 경기를 치르며 당당히 결승에 올랐고,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인천 가정여중을 2 대 1로 누르며 창단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이뤄낸 것.
‘슈팅걸스는 이 같은 실화의 힘을 받아 단단한 서사의 뿌리를 지녔지만 그것을 다채롭게 영화화는 데는 실패한 모양새다. 캐릭터와 전개, 각종 에피소드가 모두 지나치게 진부한데다 평면적이고 올드하다. 한 철 지난 TV 단막극을 보는 듯, 영화적 미학이 빈약해 몰입도는 떨어지고 지루하다. 예견된 엔딩이어도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끌고 갈만한 매력적인 화력이 부족해 적잖은 아쉬움을 남긴다. 통쾌하고도 감동적이어야 할 엔딩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배우들은 구멍 없이 저마다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감독으로 분한 정웅인의 편안한 중심축과 더불어 13명의 여배우들의 소소한 케미와 사투리 연기가 무난하게 녹아든다. 그게 다다. 여타의 성공한 웰메이드 스포츠 영화들이 지닌 확실한 매력이나 색깔이 없다. 실화의 서사에만 기댄 안전성에만 올인한 결과다. 오는 5월 6일 개봉.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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