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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박혜경, 소송·사기로 만신창이 돼도…"다시 그 자리, 운명이겠죠"
입력 2020-04-24 07:01 
소송, 사기 등 우여곡절을 겪은 가수 박혜경은 신곡 `레인보우`를 처음 들었을 때 평펑 울었다고 했다. 제공|베네핏소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원조 고막여친 박혜경이 신곡 레인보우로 돌아왔다.
레인보우는 박혜경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싱글 반쪽 이후 1년 만에 야심차게 내놓은 신곡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인해 가요계는 물론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가라앉은 시점 발매된 이 곡은, 발매 직후 은은한 반응을 얻었지만 애석하게도 차트인 하지 못하면서 듣는 사람만 들은 띵(명)곡이 됐다.
"레인보우는 정말 꼭 띄우고 싶은 곡이에요. 그런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어떻게 홍보해야 이 노래를 알릴 수 있을지 고민이죠. 20대 감성의 사랑노래는 아니지만, 멜로디도 예쁘고, 저는 이 노래가 너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레인보우 홍보를 위한 새 국면에 돌입한 박혜경을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가 만났다. 공교롭게도 레인보우 발매 시점 알려진 그의 열애 소식과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서 드러난 인생사가 화제가 되면서 레인보우보다 인간 박혜경이 더 핫한 반응을 얻었지만 그는 "이 노래는 진짜 (그냥 묻히면) 안 된다"며 아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인보우는 어쩌면, 파란만장한 인생을 지내온 박혜경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긴 요약본이라 할 만 한 노래다.

소속사와의 계약분쟁과 사업 관련 소송, 성대낭종으로 인한 두 번의 수술 그리고 재기 직전 믿었던 파트너에게 당한 사기. 전 재산을 날리고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끝끝내 그의 눈 앞에 펼쳐질 무지개(레인보우)를 바라는, 일종의 희망가인 것.
기실 무지개는 비 온 뒤 하늘 위에 그냥 덩그러니 떠오르는 법이 없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무지막지한 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하늘이라고 호락호락 그 존재를 허락하지 않는 게 무지개다. 그런 의미에서 박혜경에게 레인보우는 남다른 단어다.
"무지개는 비가 온다고 해서 다 뜨는 것도 아니고, 언제 뜰 지 알 수가 없지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지개를 보면 더 좋아하는 것도 있고. 그런데 그 무지개는 특정인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닌, 그 순간 그걸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거니까요."
곡은 박혜경의 절친인 심태현 작곡가와 서지우 작사가 부부가 의기투합해 완성했다. 다사다난한 현시점에 위로와 공감의 내용을 담아낸 곡으로, 꾸며내지 않고 솔직하게 풀어낸 서정적인 가사와 군더더기 없는 멜로디가 박혜경의 음색과 아름답게 어우러지며 듣는 이들의 감정선을 편안하게 이끈다.
2년 전 어느 새벽, 레인보우 데모를 처음 접했을 당시 박혜경은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엉엉 울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심)태현이가 당시 제 상황을 깊숙이까지 유일하게 알고 있었거든요. 아임 포티파이브 레인보우/내가 알아서 해/ 잘 지내니까 내 걱정은 말아라 이 부분에서 터져서 아침까지 계속 들으며 울었죠."
박혜경은 순탄치 않은 음악 여정에도 다시 마이크 앞에 서는 자신의 모습에 "운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제공|베네핏소셜
그야말로 박혜경의 찐 진심이 담긴 곡이었으나 곡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는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초 발매를 타진했을 땐, 사랑 노래가 아니라는 이유로 레인보우 아닌 반쪽이라는 자작곡을 발표했건 것.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홍보 마케팅을 대행해주기로 한 에이전시가 박혜경의 돈을 횡령하고 잠적해버리는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게 된 것. 야심차게 준비한 반쪽 활동은 그렇게 좌절됐고, 레인보우 역시 하드 속 깊숙이에서 긴 잠을 자게 됐다.
소속사와의 계약 분쟁에 이어 사기 피해까지. 긴 터널은 끝날 줄 몰랐다. "시트콤 같아 웃음밖에 안 나오더라"며 허탈한 표정으로 당시를 떠올린 박혜경은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던 지난 시간을 담담하게 술회했다.
"저는 노래하는 게, 음악하는 게 힘든 게 아니라 음악이 대중에 전달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음악을 이어가면서 삶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음악까지도 영향을 미쳤어요."
타들어가는 속에 목소리가 예쁘다 노래할 때 가장 멋지다 등 일반적인 칭찬마저도 듣기 싫어졌다는 박혜경은 급기야 노래 자체가 지긋지긋해지기도 했다고. 하지만 우여곡절도 잠시, 어느샌가 운명처럼 다시 새로운 노래를 들고 제 자리로 돌아오는 그다.
"운명인 것 같아요. 수술을 두 번이나 해도 돌아오고, 살랑살랑 넘어지고 떨어져도, 그렇게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납득할 수가 없는데, 양희은 선배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이건 너의 운명이야, 넌 어디서 무얼 하든 가수 박혜경이야라고요."
최근 전파를 탄 사람이 좋다에서 생활고로 인해 수개월간 여성전용 찜질방에서 지냈던 시간을 고백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던 박혜경. 그 사실을 방송을 통해 알게 된 가족들이 받았을 충격도 상당했을 터. 이에 대해 박혜경은 "알면 괴로움만 더하지 않겠나. 나만 감당하고 문제를 해결해가면 되는 거니까"라며 "많은 일을 경험하면서, 지나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온 길고 긴 외로운 싸움은, 진짜 그의 사람을 남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그래도 제 실수를 꼬투리잡지 않고 저를 온전히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요. 예전에는 인간관계를 신경쓰며 맺어왔는데, 지금은 나를 기꺼이 도와줄 수 있고 나도 기꺼이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로 정리가 됐죠. 그들이 함께하는 만큼 제가 위험에 빠질 확률도 줄어들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그의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 역시 박혜경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일어났을 때 만난 인연이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psyon@mk.co.kr
사진제공|베네핏소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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