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與 압승, 재건축 물건너가"…강남 노후아파트 `실망매물` 쏟아져
입력 2020-04-17 17:27  | 수정 2020-04-17 19:16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경.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압구정현대 등 강남권 초기 재건축 단지들에서 `실망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선 석 달 만에 무려 9억원 가까이 떨어진 실거래도 나왔다. [한주형 기자]
◆ 4·15총선 이후 / 부동산 전망 ◆
"총선 결과를 보니 이제 강남 재건축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면 될 거 같네요."(강남 A재건축 조합원)
"아파트가 무너지기 전에는 재건축하기 어려울 것 같아 힘이 쭉 빠집니다."(강남 B재건축 조합 관계자)
여당이 압도적 차이로 4·15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은마, 압구정현대 등 서울 강남권 초기 재건축 단지에서 '실망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재건축 규제를 꾸준히 강화해온 여권 성향으로 미뤄볼 때 이미 철거를 마치고 분양을 앞둔 단지를 제외하고 초기 재건축 단지는 향후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이 재건축 이슈가 많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승리했지만 여당의 재건축 규제 기조를 뒤집기에는 중과부적하다는 평가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뒤 강남 주요 초기 재건축 단지에서는 벌써부터 호가를 내린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까지 18억원대에 올라오던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 매물은 총선 직후 17억원 중후반대(17억5000만~17억8000만원)로 시세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기록한 전 고가 21억5000만원에 비하면 4개월 만에 시세가 4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여권의 압승이 알려진 지난 16일부터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중개업소에는 매물 가격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집주인들 전화가 빗발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치동 인근 공인중개사는 "총선 결과가 나온 뒤 당분간 재건축은 글렀으니 집값을 내려서라도 빨리 팔아 달라는 부탁이 많다"며 "반면 매수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어 시간이 갈수록 가격이 더 내려갈 것 같다"고 말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는 석 달 만에 무려 9억원 가까이 떨어진 실거래도 나왔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6차 전용 157㎡ 매물은 지난달 16일 30억5000만원(1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거래된 동일 면적 매물이 39억3000만원(6층)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8억8000만원이 떨어졌다.
이번 거래는 저층(1층) 매물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매물 평균 시세보다 최소 4억~5억원가량 저렴하게 팔렸다. 이 때문에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가족·지인 간 거래 등 특수거래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압구정 인근 공인중개사는 "그 가격의 매물은 본 적이 없고, 중개한 업소도 확인되지 않아 특수거래로 보인다"면서도 "총선 결과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매물을 던지면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일찌감치 여당의 승리가 예상되면서 재건축 단지가 집중돼 있는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최근 한 달 사이 껑충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총선 다음 날인 16일 기준 강남구 매물은 9240건으로 한 달 전(8854건)과 비교해 약 400건 급증했다. 해당 통계는 중복 매물을 제외한 수치이며 최근 한 달 사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구 증가폭이 가장 크다.
강남 재건축 매물 출회와 하락세가 가속화한 것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여당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 관련 규제를 강화해온 만큼 앞으로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총선에서 승리한 여당이 그간의 재건축 규제 기조를 갑자기 바꿀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총선에서 강남3구는 대부분 미래통합당이 의석을 가져갔지만 그 수가 적어 대세를 바꾸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강남권 매물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여권의 재건축 규제 성향이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엑시트(투자 회수)를 고민하는 다주택자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6월 말까지 팔아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를 받는 점도 매물 출회가 많아진 주요 요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지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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