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꼼수위성정당 없었다면…비례의원 민주당 10석 줄고, 정의당 9석 증가
입력 2020-04-17 08:25  | 수정 2020-04-24 08:37

만약에 이번 4·15총선에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의석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최종득표율을 기준으로 다시 계산해본 결과,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더불어민주당은 170석, 미래통합당 101석, 정의당 15석, 국민의당 9석으로 조정됐다. 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 같은 비례용 위성정당을 창당하지 않았다면 각 당이 받아들었을 성적표다.
이때문에 21대 총선은 끝이 났지만, 헌정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패는 22대 총선 전까지 풀어야할 숙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득표율에 걸맞는 의석을 보장하자는 취지가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정당이라는 '꼼수' 탓에 퇴색됐기 때문이다.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잊혀지기 전에 서둘러 법개정에 나서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 전문가들은 '위성정당 방지조항을 만들자'거나 '지역구 후보를 얼마 이상 낸 정당에게만 비례대표 의석을 보장하자'는 식의 대안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가정이지만 민주당이 더불어시민당을, 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창당하지 않았다면 21대 총선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민주당이 시민당을 창당하지 않고, 이에 자극을 받은 또 다른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도 등장하지 않았다면 여당은 비례대표 선거에서 두 당을 합친 38.77%의 정당득표율을 얻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당도 미래한국당의 득표율을 고스란히 가져가면 33.84%의 득표율을 기록했을 것이다. 정의당과 국민의당도 각각 원래대로 9.67%와 6.79%를 얻었다는 전제하에 비례 의석수를 다시 계산해봤다.

이렇게되면 민주당의 경우 연동 비례 몫으론 한 석도 얻지 못하고, 7석의 병립 비례 의석만 확보하게 되는 것으로 계산됐다. 비례대표수가 현재 17석보다 10석이 줄어든다. 여기에 열린민주당(비례 3석)까지 포함하면 13석이 감소하는 셈이다. 통합당은 2석이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당은 연동 비례 10석, 병립 비례 7석으로 총 17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얻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번 총선결과보다 정의당은 9석, 국민의당은 6석이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됐다. 정의당은 연동 비례 12석과 병립 비례 2석으로 14석을, 국민의당은 연동 비례 8석, 병립 비례 1석으로 9석을 얻는 것이다. 양당의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정의당과 국민의 당이 지금보다 약 3배의 의석수를 얻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위성정당 꼼수를 통해 가장 이득을 본 곳은 여당이다. 시민당을 통해 10석을 늘렸고, 열린민주당까지 합하면 총 13석을 확대하는 효과를 봤다. 반면 통합당은 2석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문제는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9석과 6석을 날려버리는 피해를 본 셈이다.
당장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손학규 민생당 선거대책위원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서울 경기의 경우 득표수가 민주당과 통합당이 53%와 41% 비율인데 반해 의석수는 85% 대 14%로 극심한 불균형을 보였다"고 지적하며 지역구 후보 몇 명 이상을 내지 않는 정당에게는 비례후보를 낼 수 없게 하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 한계를 보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역시 "정의당은 10%에 육박하는 지지율에도 여전히 300석 중 2%의 의석만 갖게됐다"며 "양당정치 강화와 선거개혁 와해 등 정치 개혁 후퇴라는 역사적 오점을 남겼다"고 말했다.
제도의 한계보다 '설마' 했던 꼼수를 실행에 옮긴 거대 양당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개최한 '21대 총선의 의미와 향후 과제'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한 김형철 성공회대 교수는 "총선 결과에 대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문제라는 목소리가 있는데,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이 제도를 왜곡 이용한 정치인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위성정당을 만든 두 정당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도 "연동형비례제 운동을 해온 당사자로서, 연동형비례제는 죄가 없다고 본다"며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70%에 달했다. 선거법을 바꾸자고 했던 취지가 사라진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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