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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PN 중계, 응원 한류의 기회로 만들자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입력 2020-04-17 06:00 
잠실야구장의 만원 관중. 사진=MK스포츠 DB
미국 최대 스포츠채널인 ESPN이 KBO리그 중계권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자국의 각종 프로 스포츠 리그들이 올 스톱된 상황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넘어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KBO리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계약이란 것은 도장을 찍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결과를 알 수 없다. 다만 미국에 한국의 프로야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우리는 KBO리그의 미국 중계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먼저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알릴 기회가 될 것이다. 향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찬스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단순히 선수 유출만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화 이글스에서 치어리더 활약해 관심을 모았던 도리스 롤랑은 이런 인터뷰를 한 바 있다.

KBO리그의 응원은 특유의 맛이 있다. 유럽 축구 등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움을 갖고 있다. 꼭 야구를 좋아하지 않아도 함꼐 즐기며 어울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응원 한류에도 관심을 갖는다면 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야구장을 찾을 것의라 생각한다.”
그렇다. KBO리그는 우리 리그만의 독특한 응원 문화가 있다. 선수 개인별로 모두 응원가가 있고 상황에 따라 펼치는 응원들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크게 어렵지도 않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함께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단순함과 명쾌함이 있다.
승·패와 상관없이 소리 지르고 함성을 올리며 즐길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물론 ESPN과 중계 계약이 체결되더라도 당분간은 무관중 경기를 내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응원은 얼마든지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이미 SK와이번스는 관중이 없어도 치어리더 응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팬들의 목소리는 첨단 IT 기술을 접목한다면 어느 정도는 야구장에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한국의 응원 문화를 알리는데는 모자람이 없다.
KBO리그만의 독특한 응원문화를 알릴 수 있게 된다면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확대 발전시킬 수 있다.
이전 롯데 자이언츠가 사직 노래방을 만들던 시절 열차 티켓, 숙박업소 등을 연계한 야구장 관광 상품이 나왔던 것과 같은 이치다.
KBO리그 중계는 외국인들에게 한국 야구의 응원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관광 상품 개발까지 이어질 수 있는 호재다.
야구가 그리워질 때는 야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떼창 응원 영상을 찾아보곤 한다. 볼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저릿한 울림을 느끼게 된다. 그 감동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전달될 수 있다.
위기 속에서 기회도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 응원문화는 분명 힘 있는 콘텐츠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준비가 필요하다. ESPN 중계는 단순히 한국 야구를 미국에 전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될 것이다. 목소리 높여 내 우상의 이름을 부르다 목이 마르면 들이키는 야구장 치맥의 즐거움을 우리만 알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정철우 MK스포츠 전문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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