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호썰 이땅 옵써양"…제주, 축구장 10개 넓이 유채꽃밭 없앴다
입력 2020-04-08 19:31  | 수정 2020-04-08 20:19
【 앵커멘트 】
제주의 봄, 하면 노란 물결의 유채꽃이 떠오르죠.
그런데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할까 두려워 축구장 10개 넓이의 유채꽃 광장을 갈아엎었습니다.
제주 말 '혼저 옵서예'가 어서 오라는 뜻이죠, 그런데 이제 '호썰 이땅 옵써양'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나중에 오라는 말입니다.
KCTV 김경임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이른 아침부터 가시리 녹산로 일대에 트랙터가 등장했습니다.

거침없이 꽃길 위를 지나가고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에는 꺾여버린 유채꽃만 나뒹굽니다.

인근 유채꽃 광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노란 물결의 장관이 한순간에 사라집니다.

▶ 스탠딩 : 김경임 / KCTV 기자
- "이 곳을 찾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으면서 유채꽃을 갈아엎기로 했는데요. 갈아 엎은 면적만 축구장 10개 크기에 달합니다."

봄이면 벚꽃과 유채꽃이 장관을 이뤄 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인데, 코로나 사태 속에 유채꽃 축제를 전면 취소했는데도 관람객들이 좀처럼 줄지 않자 마을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겁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노인 인구가 많은 마을 특성상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녹산로 약 10km와 9.5 헥타르에 달하는 광장에 핀 유채꽃을 모두 제거했습니다.

▶ 인터뷰 : 정윤수 / 서귀포시 가시리 이장
- "녹산로 주변이나 주차장 지형상 저희들이 일일이 다 통제하긴 어렵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저희들이 인위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으니까."

한창 아름다움을 뽐내던 유채꽃밭을 갈아엎는 현장을 본 관광객들은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이정우 / 경기 안산시
- "오는 길에도 너무 빨리 유채꽃을 다 밀어버려서 좀 아쉽더라고요."

▶ 인터뷰 : 양윤경 / 서귀포시장
- "아쉽게 됐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이해 좀 부탁드리고. 내년에는 올해 못 한 것까지 다 모든 역량을 모아서…."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면서 유채꽃밭을 갈아엎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KCTV 뉴스 김경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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