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강남같지 않은 강남을`…세곡동 공공임대아파트가 운명 가른다
입력 2020-04-08 16:28  | 수정 2020-04-08 18:51
지난 3일 박진 미래통합당 후보가 세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 7단지((LH강남아이파크) 앞에서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분양전환가 합리화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박진 후보 선거사무소]

'강남 같지 않은 강남', '강남 아닌 강남'.
강남을 지역구를 표현할 때 흔히들 쓰는 말이다. 공공임대아파트가 많아 타워팰리스 등 고급 주택가가 모여있는 강남 '병'이나 압구정동, 청담동을 낀 강남 '갑'에 비해 훨씬 다양한 소득수준의 주민들로 구성된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강남구에서 지난 20대 총선 당시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이 깃발이 꽂은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난 4년간 지역구를 지켜온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남 탈환'이라는 특명을 받고 8년만에 정계에 복귀한 3선 출신의 박진 미래통합당 후보의 대결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서의 핵심변수 역시 공공임대아파트 문제로 거론된다. 특히 공공임대아파트들이 몰려 있는 세곡동(법정동으론 세곡동, 자곡동, 율현동을 포함) 일대 보금자리주택지구의 표심이 관건이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전 후보는 민주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강남구에서 승리했다. 강남구에서 민주당계 후보가 당선된 일은 14대 당시 홍사덕 민주당 후보 이후 24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현역 지역구 의원이었던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는 전 후보에게 6624표 차이로 졌다. 그중 세곡동에서만 4191표 차이가 벌어진 바 있다. 다른 동에서는 이기거나(개포1동, 수서동), 져도 1000표 이하 차이가 난 것에 비하면 확연한 격차였다. 새로 지어진 공공임대아파트 등 세곡동 일대 아파트 단지에 비교적 소득수준이 낮은 계층, 장애인, 3040대 청년층 등이 대거 몰려들면서 벌어진 결과라고 미래통합당 측은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이곳의 기류가 최근 흔들리고 있다. 세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10년 공공임대아파트(약1200세대)의 분양전환가격 산정방식에 대한 입주민들의 불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원가에 연동해 저렴한 가격으로 분양전환이 이뤄지는 여타 공공임대아파트에 비해 10년공공임대 아파트는 시세감정평가액으로 분양전환을 받도록 돼있다. 문제는 문재인정부 들어 이지역 집값이 크게 오르며 시세감정평가액도 입주민들이 부담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점이다. 이곳 주민들은 10년공공임대아파트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못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박 후보는 세곡동 표심을 빼앗아오기 위해 이지역 유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거사무실 역시 세곡동 한복판에 마련하고 이곳 주민들과의 스킨십을 늘여가고 있다. 박 후보는 "강남은 다 발전된 지역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부 지역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토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시 등 관련기관들을 설득해야된다"며 "그러려면 역시 경륜이 있는 국회의원이 선출돼야 한다고 주민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지난 3일 이곳주민 20여명 앞에서 정부에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합리화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공공임대아파트 주민 이모(60)씨는 "4년전엔 전현희가 (문제해결을) 약속했기 때문에 그를 밀었던 것"이라며 "이젠 박진 후보의 투쟁력과 국회경험을 믿어볼 차례"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세곡동 일대에 '세곡디지털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박 후보는 "이곳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위례과천선이 연결되면 저렴한 분양가에 혁신 스타트업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최적의 주거환경으로 청년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강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보겠다"고 말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4년간 지역현안을 누구보다 부지런히 챙겨왔다고 자부한다. 지역현장을 방문할 때 늘 가슴에 달고 다니던 해바라기는 전 후보의 상징이 됐다. [사진 제공 = 전현희 후보 선거사무소]
전 후보는 지난 4년간 지역현안을 누구보다 부지런히 챙겨왔다고 자부한다. 18대 국회 당시 전 후보와 국회에서 같은 시기 의정활동을 했던 박 후보 역시 ‘상당히 부지런하고 열정이 있는 인물이라고 전 후보를 평가했다. 전 후보는 지역구 길거리를 돌아디니면 열에 여덟아홉은 알아봐주신다”며 지난 4년간 지역 일꾼으로서 지역 현안을 구석구석 챙겼고, 저의 의정활동을 주민들께서 알아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일원1동 유세현장에서 만난 시민 이모(66)씨는 워낙 일을 많이 하셨고, 그만큼 많이 달라졌다고 동네에서 평가가 자자하다”고 말했다.
8년 전 19대 총선 당시 타 지역(송파 갑) 전략공천을 거절하고 본인이 활동하던 강남구만을 바라보겠다며 가슴에 단 해바라기는 어느새 전 후보의 상징이 됐다. 그는 4년간 지역구에서 의정활동을 할 때마다 해바라기를 달고 다녔다.
캠프 사무실 안 대형 화이트보드엔 50개 지역사업 추진 현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는 그중에서도 '위례과천선 광역전철 유치'를 가장 큰 치적으로 꼽았다. 지지부진하던 사업을 당선 2년만에 국가시행사업으로 확정지었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은 지난해 서울시 용역이 완료됐고, 올해 안에 정부에서 노선안을 확정할 전망이다. 전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해 3선이 되면 상임위원장도 맡을 수 있다"며 "지역사업에도 추진력을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현희가 시작한 사업들은 전현희가 완성해내겠다"고 말했다. 전 후보는 부동산 이슈에 민감한 주민들을 위한 1가구 1주택 종부세 감면, 공시지가 합리화 등 부동산 관련 공약도 내놓았다.
10년공공임대아파트 문제에 대해선 "그동안 여야 의원, 국토부 관계자들을 설득해왔으나 국회의원 한명이 해내기는 사실 좀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발 벗고 나서고 있고, 세곡동 주민들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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