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文 "긴급금융 적시에 충분히 공급…과실 있어도 책임 안묻겠다"
입력 2020-04-06 17:51  | 수정 2020-04-06 19:46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넷째)이 6일 통상 개최하던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취소하고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을 찾아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한 5대 금융지주, 국책은행, 보증기관 수장들과 긴급 금융 지원 현장 간담회를 주재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금융권의 코로나19 지원 협조에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비바람을 맞고 있는 기업들에 든든한 우산이 돼 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충우 기자]
◆ 대통령 금융권 간담회 ◆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과실이 있을 수 있다. 고의가 없다면 정부나 금융당국이 기관이나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6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기업·소상공인 긴급 금융 지원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신속하고 적극적인 금융권의 역할을 당부하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 정책금융기관장 등 금융권과 간담회를 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정부는 앞서 100조원 규모 비상금융조치를 결정했다. 금융권의 적극적 협력이 없었다면 마련할 수 없는 대책들"이라며 "과거 경제위기 때 금융 대책과 달리 본격적으로 위기가 닥치기 전에 선제적으로 마련됐고 규모도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위기로 기업들이 광범위하게 어려움을 겪는 것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필요한 곳에 적시에 충분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업을 지켜야 일자리를 지키고 국민 삶을 지킬 수 있다. 일선 현장 창구에서 자금 지원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현장에서 대출 과정 중 병목 현상이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받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며 "각별하게 챙겨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내 5대 금융지주사 회장과 3개 정책금융기관 기관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까지 취소하고 파격적으로 간담회를 열게 된 것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금융권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은 이번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상당한 역할을 해왔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상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은 물론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 등 시장 안전판을 마련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금융권 역할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도 "코로나19로 금융권도 어렵지만 금융권 전체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줬기 때문에 (금융 지원 대책 수립이) 가능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발언하기보다는 주로 금융권 이야기를 듣는 쪽에 무게중심을 뒀던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 금융 지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기관 과실과 관련해서도 금융회사들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던 상황이다. 금융위원회가 각 금융사에 피해 기업 지원 과정에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으면 제재하지 않겠다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금융사 안팎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문 대통령도 고의가 없다면 기관과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포스트 코로나19'에 대한 언급도 일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 언택트(비대면), 벤처 분야 등에 대한 투자 확대 등 코로나19 이후 우리 경제의 도약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한 참석자는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금융 분야 대책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이때 재정과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건의했다.
현재까지 발표된 정책 외에 금융권 협조가 필요한 현 상황에서 금융권과 접촉을 늘리려는 의도도 이번 간담회를 개최한 이유로 꼽힌다. 당장 이번주로 예정된 4차 비상경제회의에서는 취약 연체 차주에 대한 지원 등 금융 지원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소상공인과 가계가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질 수 있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다.
연체가 이미 시작됐거나 시작되기 직전인 가계대출 취약 차주를 대상으로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등을 제공하는 '프리워크아웃' 제도가 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취약 차주가 이자 감면 등 채무조정을 받아 금융 채무 불이행자로 추락할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제도다. 대상 대출 범위에는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등을 제외한 가계 대출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최대 2조원 규모로 소상공인·개인 채무자 연체 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될 전망이다.
[박용범 기자 / 최승진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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