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시적 유동성 위기로 인한 기업도산 차단 의지
입력 2020-04-06 17:51  | 수정 2020-04-06 19:47
◆ 대통령 금융권 간담회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대기업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꼽혀왔던 '자구노력'과 관련해 6일 "필요하면 조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유동성 위기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은 막겠다'는 원칙이 전제조건보다 우선이라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칙적으로는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한 대기업들의 자구노력이 필요하지만 상황이 악화됐을 때는 이 같은 자구노력의 범위·방식을 조정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 지원 프로그램은 대부분 대기업의 자체적인 자구노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대기업이 이용하려면 차환 물량 중 20%가량은 발행 기업이 자체적으로 상환하기로 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또 회사채 발행 지원 프로그램(P-CBO)을 운영할 때도 대기업이 참여했다면 발행된 유동화 증권의 9% 안팎을 후순위로 발행 기업 등이 인수하도록 했다.
금융위가 이처럼 대기업에 대해 자구노력을 강조해온 것은 한정된 자원을 필요한 곳에 우선 공급하겠다는 취지 때문으로 읽힌다. 소상공인·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은 시장 접근이 가능해 1차적으로 거래은행·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대기업 또한 금리·보증료율 등에서 대기업이라면 일정 부분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게 금융위의 논리다. 은 위원장은 서한에서 "100조원 규모 민생·금융 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으로 기업 자금 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자구노력은 현시점에 해당하는 것으로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대기업이라고 해도 부담 여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은 위원장 발언은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기업에 대한 자구노력의 '기준' 또한 변경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은 위원장은 "일시적 유동성 문제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은 막겠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인식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 지원에도 적용될지는 아직 미지수인 것이 사실이다. 다만 정부 측면에서는 리스 비중이 큰 항공 산업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 어느 정도 자본 확충·경영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시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은 각각 1386.7%, 871.5%에 달한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관계부처,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다각적·종합적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 은 위원장은 "결론이 정해지는 대로 구체적 방안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쌍용자동차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신규 투자 보류와 관련해서는 "주주·노사가 합심해 정상화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채권단 등이 쌍용차 경영 정상화를 뒷받침할 부분을 협의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보였다.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대신 채권단과 주주가 자체적으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도 이와 관련해 "마힌드라그룹이 40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과 신규 투자자 모색 지원 계획을 밝혔고, 쌍용차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경영 쇄신 노력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직접적 개입은 피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은 위원장은 '○월 위기설' '발등의 불' '○○기업 자금난' 같은 표현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냈다. 그는 '기업자금 위기설'과 관련해 "사실에 근거한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과거에도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자금 위기설이 나왔지만, 결국 과장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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