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롯데 결국…상암몰 하반기로 연기
입력 2020-04-06 17:45  | 수정 2020-04-06 23:07
코로나19발 경기 악화로 실직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업계에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잦은 인허가 절차 지연이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 상생 등 명분을 들어 인허가를 미루다가 최근에야 개발을 허용했는데, 코로나발 경기 침체로 인해 정작 업체가 개발을 꺼려 일자리 창출을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6일 마포구청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당초 올해 3월까지 내기로 했던 상암DMC 롯데쇼핑몰(상암 롯데몰) 계획안 제출을 하반기로 미뤘다.
롯데 측은 "4월 중 설계 용역업체를 선정해 7월께 계획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신동빈 롯데지주 회장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것이 사업 연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2013년 상암택지개발지구 내 3개 필지(2만644㎡)를 1972억원에 매입해 복합쇼핑몰 등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인근 시장의 반대를 근거로 상생안을 제시하라며 인허가 절차를 지연시켰다. 감사원은 지난해 말 부당한 지연 행위라고 서울시에 시정을 권고했다.

시는 뒤늦게 비판매시설을 늘리는 것을 전제로 사업 진행을 사실상 허용했다. 하지만 막상 허가 절차를 밟으려니 코로나발 경기 침체로 인해 롯데 측에서 막대한 사업비가 드는 상암 롯데몰 사업 추진을 보류하게 됐다. 상암 롯데몰은 총 사업비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수색역세권 개발과 연동돼 있어 해당 지역 개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건립할 신사옥인 서울 강남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도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인허가 절차가 끝나는 '4월 말'에 착공이 가능할 것이라 말하지만 건설업계 내부에선 회의론이 많다. 공사비만 3조7000억원에 달하는데 개발 주체인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경기 악화로 인해 이를 우선순위에 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석주 서울시의회 의원은 "국토교통부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와 공군과의 협의 과정에서 너무 인허가를 지연시켰다"고 평했다. 이 덕분에 서울시가 2016년 초 보도자료를 통해 '2017년 상반기'에 착공한다고 했으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롯데 월드타워 공사에 하루 평균 7000여 명이 투입된 점을 감안하면 GBC 건립마저 지연되면 수천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허공으로 사라지는 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사업비 1조3000억원) 등 GBC 공공기여가 들어가는 일부 사업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당국이 진작 인허가를 내줬으면 굵직굵직한 사업들이 공사를 진행하면서 지금과 같은 코로나발 불경기 때 일자리를 만들고 경기 하방 압력을 줄여주는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당국의 규제 일변도적인 태도가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평했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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