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동학개미들, 미국주식도 쓸어담았다
입력 2020-04-06 17:33  | 수정 2020-04-06 21:12
# 50대 직장인 박 모씨는 지난달 난생 처음으로 미국 주식 계좌를 열고 주당 115달러 남짓에 디즈니 주식 100주를 매수했다. 박씨는 "한국 주식 투자 경력은 20년이 넘지만 미국 주식은 꺼려 왔는데, 이번 폭락장을 겪으며 생각이 달라졌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 때 그랬듯이 당분간 내리더라도 길게 보면 언젠가는 다시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매도한 주식을 족족 사들이며 한국 증시 방어에 나선 이른바 '동학개미들'. 이들의 매수 대상에는 한국 주식만 있는 게 아니었다. 해외 주식도 무서운 기세로 사들이고 있다. 동학개미운동이 미국 등 해외에서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해외 주식 직구로도 이어지며 지난달 해외 주식 순매수액이 지난해 7월 이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해외 주식 매수액과 매도액을 합친 결제액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는 7억2713만달러로 지난해 7월(7억7188만달러)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달 해외 주식 결제액은 전월 대비 67.39% 급증한 총 137억6241만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지난달 예탁원을 통한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7억8997만달러로 전체 해외 주식 순매수액을 훌쩍 넘었다. 구체적으로는 유럽 주식과 일본 주식, 홍콩 주식을 모두 순매도하는 한편 미국 주식에 대해 대거 순매수, 중국 본토 주식에 대해 소폭 순매수를 나타냈다.

지난 한 해 동안 고공행진을 이어온 미국 주식이 코로나19 팬데믹 우려로 대폭 떨어지자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투자자들의 매수가 몰렸다.
지난달 미국 대표 주가지수 S&P500은 12.51%,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0.12% 하락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해외 주식은 애플이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은 애플을 2억5917만달러 순매수했다. 이어 알파벳 C클래스를 8094만달러어치 매수했다.
알파벳은 구글의 모회사로, C클래스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에 해당하며, A클래스는 주당 의결권이 부여되는 보통주다. 알파벳 A클래스 순매수 규모는 5163만달러에 달했다. 이어 테슬라(TESLA)를 7047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6978만달러 사들였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도 늘었다. 순매수액 기준 9위, 10위가 모두 ETF였다.
특히 나스닥 급반등에 베팅하는 '3배 레버리지' ETF 투자에 거래가 몰렸다. 국내 투자자들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ProShares UltraPro QQQ)'를 346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상품은 나스닥100 지수 일일 등락률의 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다. 지수가 오르면 수익이 3배인 대신 하락하면 손실도 3배인 '한 방' 투자 상품이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대치센트레빌 부지점장은 "역사적으로 지금 같은 급락장이 자주 오는 게 아닌 만큼 위기를 기회로 보고 접근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작게는 100만원부터 크게는 월 10억원까지 투자자별로 거래 규모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하락장을 포트폴리오 확대 기회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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