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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 레슬매니아가 MLB에 주는 메시지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입력 2020-04-06 11:35 
레슬매니아 36은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사진= WWE 홈페이지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분명히 말해둔다. 메이저리그 얘기는 별로 없지만, 이 글은 메이저리그 관련 칼럼이다. 혹시 모 포털 사이트가 늘 그래왔듯 기사 분류를 제대로 못해 엉뚱한 섹션에 이 기사가 올라갈 수도 있지만, 그것은 이 무능한 기자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알아두기를 바란다. 이 글은 분명 메이저리그와 관련된 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 스포츠가 거의 모두 멈췄다. 미국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메이저리그를 비롯해 모든 프로스포츠가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단체장들과 회의를 갖고 '8월이나 9월에는 정상적인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별로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이와중에 행사를 진행중인 단체가 있다. 프로레슬링 WWE는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WWE는 엄연히 말해 '스포츠'는 아니다. 잘 짜여진 각본대로 싸우는 일종의 '스포츠 쇼'다. 그래도 선수들이 퍼포먼스의 대가로 돈을 받고, 관중들이 이를 지켜본다는 점은 똑같다(빈스 맥마혼 WWE 사장도 저 전화회의에 참가했다).
어쨌든 다른 경기 단체들이 쉬고 있는 사이, WWE는 경기를 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라이브 스포츠 행사'다.
한국시간으로 5일과 6일 양 일에 걸쳐서는 주요 페이퍼뷰 행사 중 하나인 '레슬매니아'를 진행했다. 원래 플로리다주 탬파에 있는 레이몬드 제임스 경기장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같은 주 올랜도에 있는 훈련 센터에서 무관중으로 진행했다.
무관중으로 진행된 레슬매니아는, 이전 레슬매니아와는 확연히 달랐다. 팬들의 호응이 없는 무대는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관객이 없는 개그콘서트와 다를게 없었다. 은퇴 풋볼 선수 롭 그롱코우스키가 호스트로서 열심히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프로레슬링의 묘미는 '스포츠'와 '공연'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것인데 관중이 빠진 프로레슬링은 확실히 재미가 반감됐다.

그러나 최악은 아니었다. 좋은 점도 있었다. 관중들의 함성이 사라진 자리에는 선수들의 소리로 채워졌다. 경기 도중 하는 대사부터 고통스러워하는 비명 소리까지 그대로 전달됐다.
WWE도 나름대로 연출을 위해 노력을 했다. 첫 날 마지막 경기로 열린 AJ 스타일스와 언더테이커의 '본야드 매치', 둘째날 열린 존 시나와 브레이 와이어트의 '파이어플라이 펀하우스 매치'는 '경기'라기보다 잘 만든 영화 한 편같은 느낌이었다. 무관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무관중 경기로 열린 레슬매니아는 어색했지만, 색달랐다. 코로나19가 강타한 이후 세계, 우리들의 삶이 예전같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는 듯했다.
현재 모든 구단들이 뿔뿔히 흩어진 메이저리그는 다시 시즌을 재개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최소한 스프링캠프, 그리고 시즌 개막부터 어느 부분까지는 무관중 경기는 불가피해보인다.
지난 2015년 4월 열린 화이트삭스와 오리올스의 경기.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일한 무관중 경기였다. 사진=ⓒAFPBBNews = News1
메이저리그에서 무관중 경기는 흔하지 않다. 지난 2015년 4월 캠든야즈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가 유일한 무관중 경기였다. 항의 시위로 인해 도시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경기장에 투입될 치안 유지 인원을 최소화하고 관중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관중 경기를 치렀다.
대다수의 메이저리그 구단, 선수들, 그리고 팬들에게 무관중경기는 아직 낯선 개념이다. 그리고 이날 열린 레슬매니아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던져줬다. "아주 어색하고, 아주 색다를 것이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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