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핫이슈] "연봉삭감하라"는 베트남 언론, `박항서 매직`은 일장춘몽이었나
입력 2020-04-06 09:40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박항서 매직'에 열광했던 베트남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베트남 매체 베트남넷은 지난 1일 "코로나 19로 전세계 축구팀들이 긴축정책을 펴고있다"며 "박항서 감독 스스로 임금을 삭감해야한다"고 보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매체는 연봉 50%를 삭감한 일본 국적의 태국 국가대표 축구팀 니시노 아키라 감독의 사례를 들며 베트남 축구협회가 박항서 감독과 협상을 통해 어려움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19 사태로 축구 경기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등 파행을 빚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 일이 없다고 베트남 언론이 박 감독의 연봉을 깎으라는 주장을 펴고 나온 것은 예상치못한 일이다.
베트남에서 박감독은 단순한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니다. 베트남 축구 역사를 새로 쓴 영웅이다. 2017년부터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은 그는 2018년 동남아 축구연맹 대회인 스즈키컵에서 베트남을 10년만에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후 2019년 AFC아시안컵에서는 8강에 안착시켰다. 특히 2019년 베트남 축구를 60년만에 동남아시안게임 축구 정상에 올려놓아 '박항서 매직'을 다시금 입증했다.
게다가 연봉이 많은 것도 아니다. 박감독은 현재 베트남축구협회로부터 월급 5만달러(약 6140만원)를 받고 있다. 연봉으로 치면 60만 달러 수준으로 다른 동남아시아권 감독들에 못미친다. 이번에 연봉을 삭감하기로 한 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인 니시노의 연봉은 97만 달러로 알려졌다.

국내 네티즌들은 베트남 언론의 태도 돌변에 대해 배신이라며 비판 글을 쏟아내고 있다. '박항서 매직'이라고 환호할 때는 언제고, 몇개월도 안지나 연봉을 토해내라고 하는 것은 배은망덕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베트남이 선을 넘은것 같다" 등 격앙된 댓글도 있었다.
박감독은 베트남에서 꾸준히 기부도 해왔다. 그는 최근 베트남 코로나19 방역과 치료에 써달라며 베트남 정부에 5000달러(한화 약 600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베트남 축구협회는 지난 1일 코로나 19로 박감독의 연봉을 삭감하는 일은 없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현지 언론의 이슈화로 여론이 들끓으면 박감독이 압박을 받는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코로나19사태와 관련해서도 베트남의 한국에 대한 대응은 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발 입국자를 제한한 것은 자국민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지만 정식 입국 제한에 앞서 지난 2월24일 대구·경북발 한국인 관광객을 사전 예고없이 격리해 우리 외교부가 항의했다. 2월 29일에는 아시아나 항공기가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한 후 하노이 착륙을 불허해 긴급회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뒤늦은 지난 3일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양국 관계를 중시한다며 방역 등의 협조를 요청했다.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자 제2 교역국이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7000여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있다. 우리는 베트남과 경제적으로 돈독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닥친 후 베트남 정부가 보여준 행보는 실망스럽다. 영웅으로 받들던 박감독에 대한 시선이 냉정해지고 있는 것은 더욱 그렇다. 그동안 베트남을 뒤흔들었던 '박항서 매직'은 금새 사라질 일장춘몽이었단 말인가.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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