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 예대율 100% 넘어도 공시의무 면제될듯
입력 2020-04-05 18:32  | 수정 2020-04-05 20:59
코로나19 사태로 기업과 가계의 대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자 금융당국이 건전성 규제 완화를 통해 은행의 '돈줄'을 풀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은행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은 낮추고, 예대율은 규제 상한선인 100%를 초과하더라도 일정 부분 공시 의무를 면제해주는 방안이 도입될 것으로 전해졌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예대율 규제와 관련해 '비조치 의견서'를 활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시중에 더 많은 자금을 대출하는 데 제약이 없도록 LCR와 예대율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여러 방안들이 테이블에 올라와 있는 상황으로 규제 완화는 최종적으로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예대율과 LCR는 은행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로, 규제 수준을 지키지 못해 경영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생기면 관련 내용을 공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예대율은 각 은행이 10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 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이다. 특히 올해부터 가계대출 관리와 생산적 금융 활성화 목적으로 가계대출 잔액은 15% 가중치를 두고, 기업대출은 15%를 경감하는 '신(新)예대율' 규제가 도입됐다.
LCR는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유출액에 대한 고유동성 자산 비율로,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자금 유출 등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곧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여유 있게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은행업 감독 규정상 급격한 경제 여건의 변화와 국민 생활 안정 목적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6개월 이내에 100% 아래로 비율을 낮출 수 있다. 은행권은 그간 이들 규제를 안정적인 수준에서 유지해 왔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 이후 타격을 입은 경제 주체들의 자금 수요가 몰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원화 수신 잔액은 3월 말 1264조3877억원으로, 지난해 말 1254조7390억원 대비 0.77%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원화대출 잔액 총합은 955조1667억원으로, 지난해 말 929조원보다 2.8% 급증했다. 그만큼 예대율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흐름이다.

LCR는 원화 유동성과 외화 유동성을 통합한 4대 은행의 평균치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각각 106.6%, 108.3%였는데 이달 말 잠정 평균치는 103.4%로 뚝 떨어졌다. 은행별로 지난해 말 대비 LCR 수준이 2.6~4.0%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6일 달러 유동성 수요가 급증하는 것에 대응해 은행권의 외화 LCR 규제를 현행 80%에서 올해 5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70%로 낮췄지만 원화 LCR 규제 비율은 건드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피해 기업과 취약 계층에 대한 자금 지원이 은행에 쏠리면서 유동성 전반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에 LCR를 10%만이라도 완화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LCR 기준이 낮아지면 은행이 미리 확보해둬야 하는 자산이 줄기 때문에 대출 등 자금을 공급하는 데 애로가 줄어든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일 위기대응 총괄회의를 열고 "LCR와 예대율 등 금융규제를 잠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LCR를 낮추거나 예대율 규제를 완화하면서 금융회사가 확보한 여력을 중소기업 대출 등 자금이 필요한 분야에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진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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