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월드뱅크에 보낸 `한국판 코로나19와 싸우는 법`
입력 2020-04-05 11:58 
기획재정부가 세계은행에 보낸 `한국판 코로나19와 싸우는 법` 책자 표지 [사진 = 기획재정부]

"한국의 혁신적 코로나 대응법을 공유해 달라." 지난달 25일 기획재정부 앞으로 e-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세계은행(WB) 막타디옵 부총재가 "봉쇄 조치 없이도 (신종 코로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대응 방범과 경험을 전염병 대응에 취약한 개도국과 공유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지시가 떨어지자 지난 97년 국제분야 전문가로 채용된 이대중 개발금융총괄과장이 '총대'를 잡았다. 미국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온 국제인재다. 최대한 신속한 '지침서' 작성을 위해 개발금융총괄과 박준석·이현지 수습 사무관이 소집됐다.
두 사무관은 지난해 5월 입사했고 교육을 마친 뒤 올 1월 기재부 개발금융총괄과에 배치된 '신참'이다. 평소 기재부·한국은행·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의 신종 코로나 관련 보도자료와 언론 기사 스크랩을 담당하던 직원들이다.
WB의 요청은 단순히 '자가진단앱 을 비롯한 방역과정의 IT기술을 소개해달라'는 것이었지만 기재부는 이를 포함한 총괄적인 지침서를 만들어 세계에 공유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두 사무관들은 즉각 ▲한국내 코로나19 확산현황 ▲한국의 보건 및 검역조치 ▲한국의 비상경제대응조치에 관한 그간 수집자료를 선별해 번역 작업을 진행시켰다. 이 과장과 사무관들은 한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응 특징을 ①신속성(speedy and swift action), ②3T 조치(widespread Testing, contact Tracing and rigorous Treating), ③민관협력과 시민의식(public-private cooperation and civic awareness)으로 요약했다. 시작 하루만인 이날 밤 늦게 완성된 초안의 제목은 'Tackling COVID-19(코로나19아 싸우는 법)'이었다. 만들어진 자료가 영문이기에 이 과장은 밤을 꼬박 새우며 검수와 첨삭을 해야 했다. 자료를 발송하고 나니 '감동이다'라는 반응이 되돌아 왔다. 최근엔 업데이트 요청에 호응해 최신 수치를 반영한 자료도 다시 보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코로나와 싸우며 우리가 택한 조치는 단순히 한국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매우 유용한 자료이며 한국사례를 올바르게 전달하는 보건IR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차관은 "영문 자료 표지 각주에는 자료를 만든 이대중 과장과 반준석 이현지 수습사무관 이메일 주소가 적혀 있다"며 "아마 이 세사람에게 외국 여기 저기서 문의가 많이 올 것이며 임용 1년이 안된 앳된 사무관들의 어엿한 활약을 보니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