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환자 성추행` 산부인과 인턴…의사윤리 교육의 현주소는?
입력 2020-04-03 16:37 
산부인과 수련의가 여성 환자에 대한 성희롱과 성추행한 사건이 보도된 가운데 의사 성윤리에 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의대는 의사윤리에 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성윤리`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산부인과 수련의가 수술 대기 중인 여성 환자를 성추행했지만 정직 3개월 징계에 그치면서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과 함께 의사에 대한 성윤리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 의사는 정직 3개월 후 다시 병원으로 복귀한 상황이라 논란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사건 당사자인 A씨는 지난 2019년 4월 수술 전 마취를 받고 대기 중이던 여성 환자의 신체를 반복적으로 만졌다. 이후 전공의를 포함한 주변의 만류에도 "여성의 신체를 좀 더 만지고 싶어서 수술실에 있겠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의사직 교육위원회에서 A씨는 "신기해서 환자의 신체를 만졌으며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의사의 성윤리와 관련된 문제는 꾸준히 발생했다.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언급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환자그루밍 성폭행 사건, 동기 여학생 성추행 혐의로 고려대 의대에서 출교 조치된 의대생이 성균관대 의대 졸업 후 의사로 활동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권 의대를 중심으로 대부분의 국내 의대들이 성윤리와 관련한 구체적인 교육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윤리 교육의 부재·면접 없는 학교도
전국 의과대학들은 의료윤리 과목을 개설한 상황이다. 다만 해당 과목들은 환자의 알권리 또는 정보보호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성윤리와 성인지와 관련한 구체적인 교육이 이뤄지는 학교는 극히 드물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전공의 이소윤 씨는(가명) "학부생 때와 인턴 수업시간에 의사윤리와 관련된 수업을 접했다"면서 "성윤리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배우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 개인정보와 관련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성윤리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기준은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잇달아 불거지는 성윤리 사건에 의료계는 윤리교육 강화에 나섰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전공의 교과과정에 공통적으로 '의료윤리' 부분이 개정되어서 포함 되어있다"며 "수련환경평가에서도 그런 윤리교육이 수련 교과과정에 포함되어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부터는 전공의 공통역량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각 병원 수련교과과정 상에도 있지만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 차원에서도 각 내용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입학시 면접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교육으로만은 한계가 있으며 단순히 성적이 좋은 의사를 뽑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약 28개 의과대학 중 20곳 정도가 정시면접에서는 사실상 면접을 보지 않고 있다.
한국의과대학협회 관계자는 "의과대학 입학시 치러지는 면접에 대해서는 꾸준히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협회 차원에서는 워크숍 등 학교 단위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거나 매년 꾸준히 진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면접이라는 게 워낙 방대한 자원이 들어가는 일이라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을 아꼈다.
의대 내 성윤리 교육과 관련해선 "인지를 하고 있고 좀 더 강화할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는 매년 논의가 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강제성이 있거나 정부기관이 아닌 만큼 협회 차원에서 별도로 권고사항을 내리지는 않는다.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의사 성윤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솜방망이 처벌'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산부인과 인턴' 사건의 경우에도 해당 의사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의사사회 내부적으로도 성윤리 사건과 처벌과 관련해 비판적 목소리가 크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일 "수련 중인 모든 전공의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매우 심각한 사안임을 인지한다"며 "해당 전공의 징계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더라도, 의사라는 직업의 윤리적 특수성을 고려한 처분이 내려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법상 성범죄 전과가 의사가 되는 데에 법적 제재가 없다"며 "현재 의료계는 비윤리적 행위를 자율 규제하는 전문가 평가제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지만 적절한 처분을 내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공의협회는 "전문가평가제의 자율규제 권한을 강화해 사법 체계가 보지 못하는 비윤리적 행위를 직장 동료 혹은 같이 일하는 전문가가 선제적으로 적발하고 면허를 박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로 의료계의 비윤리적 행위를 자율 규제하는 전문가 평가제 시범사업은 서울대와 성모병원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연합회)도 지난 2일 보도 자료를 통해 "해당 인턴이 여성 환자나 여성 간호사에게 동일하게 불법적, 비윤리적 성추행·성희롱을 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병원은 형사고발 등 법적인 조치에 대해서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보건복지부는 인턴의 면허 관련 행정처분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20대 국회에 의료기관 내 환자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해 발의되었던 의료인 성범죄 관련 8개의 의료법 개정안은 모두 자동적으로 폐기된다"면서 "20대 국회는 총선 이후 한 차례 열릴 임시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을 반드시 심의해 국회를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서주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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