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불경쓰는 사경장, 국가무형문화재 첫 지정
입력 2020-04-01 09:46 
김경호 씨가 불경을 사경하는 모습. [사진 제공 = 문화재청]

10대의 끝자락부터 40년간 부처님 말씀을 혼신으로 옮겨적는 데 정진해 온 사경(寫經)의 장인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 주인공은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김경호 장인(57). 사경이란 불교 경전을 유포하거나 공덕을 쌓기 위해 경전을 베낀 일을 뜻하는데 불경을 쓰는 기술을 가진 '사경장'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사경장'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을 예고하고, 이와 함께 1963년생 김경호 장인을 첫 보유자로 인정 예고한다고 1일 밝혔다.
사경의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경호 씨가 사경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 제공 = 문화재청]
당시 불교 경전을 널리 보급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됐고, 8세기 중엽 목판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사경은 점차 스스로 공덕을 쌓는 의미로 변화했다. 통일신라 시대 때 제작된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국보 제196호)'은 한국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경 유물이다.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시대에는 국가 발전과 개인의 화복을 기원하는 사경의 전성기여서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국보 제235호)' 등 금자(金字)나 은자(銀字) 형식의 사경이 많이 제작됐다. 충렬왕 대에 중국에 수백 명의 사경승(寫經僧)을 파견키도 했다.
사경 제작은 크게 필사, 변상도(變相圖) 제작, 표지 장엄 세 가지로 구성된다. 세부적으로는 금가루 발색, 아교 만들기, 종이의 표면 처리와 마름질, 잇기, 선긋기, 경 필사, 변상도 그리기, 표지 그리기, 금니 표면처리 등 10여 가지 공정을 거친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변상도는 경전의 내용이나 교의를 알기 쉽게 상징적으로 펴현한 그림을 뜻한다. 표지 장엄은 신장상(神將像), 불보살(佛菩薩), 꽃, 풀 등으로 표지를 장식하는 것을 말한다.
사경장 보유자로 인정 예고된 김경호 장인은 40년간 사경 작업에 매달려 왔다. 과거 사경은 국가 차원의 사업으로 다수의 전문가가 참여했었지만 지금은 재료 준비, 필사, 회화를 한 명이 모두 하는 형태다. 김경호 장인은 1997년 조계종에서 개최한 '제1회 불교사경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어 2010년 '대한민국 전통사경기능전승자(고용노동부지정, 제2010-5호)'로 선정됐다.
김경호 씨의 사경 작품. [사진 제공 =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그동안 김경호 씨는 각종 교육 기관에서 사경 관련 강의를 하고, 다년간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 서적을 저술하는 등 사경의 전승을 위해 활동했다"며 "아울러 전통 사경체(寫經體)를 능숙하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변상도 등 그림의 필치가 세밀하고 유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사경장 지정의 의의를 밝혔다.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신규종목으로 지정을 예고한 '사경장'과 보유자로 인정을 예고한 김경호 씨에 대해서 4월 30일까지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과 보유자 인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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