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동걸 "두산重 정상화 실패땐 대주주에 책임"
입력 2020-03-29 18:23  | 수정 2020-03-30 09:26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사진)이 국책은행들로부터 1조원 규모 자금을 공급받는 두산중공업에 대해 "경영 정상화가 안 되면 대주주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며 압박에 나섰다. 두산중공업에 대한 두산그룹의 엄중한 상황 인식을 촉구하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뼈를 깎는 고통 분담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27일 최대 1조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을 두산중공업에 대출 형태로 수혈하겠다고 발표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은행들은 4월 말~5월 초까지 두산중공업에 대한 정밀 실사를 진행한다. 실사가 마무리되면 채권은행들은 두산중공업에 대한 2차 구제 방안을 확정 지을 예정이다.
1조원 대출은 말 그대로 새는 물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였다. 두산중공업이 만기를 앞둔 각종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상환하지 못할 상황에 놓여 일단 실사를 하기 위해 시간을 벌어둔 개념이다. 두산중공업은 금융권에서 빌린 총 4조9000억원 중 4조원을 올해 안에 갚아야 한다. 또 시장에서 조달한 회사채 등 차입금 1조2000억원도 올해 상환해야 한다.
채권은행들은 실사 결과에 따라 자율협약뿐만 아니라 워크아웃 등 가능한 구조조정 수단을 전체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실사 후 추가 자금 지원으로 두산중공업 정상화가 가능할지, 아니면 또 다른 조치가 필요할지 결론을 내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두산중공업 정도 되는 규모의 회사에 대해서는 두 달 정도 실사를 하지만, 상황이 시급한 만큼 이르면 한 달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이 회장이 "대주주 등의 고통 분담을 전제로 지원을 했다"고 밝힌 것도 정상화를 위해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에 두산그룹과 이해당사자들의 철저한 자구 노력이 절실하다는 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은행들이 두산 3~4세 32명의 계열사 지분을 모두 1조원 대출의 담보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두산중공업이 정상화에 실패하면 최악의 경우 두산 일가가 담보로 내놓은 주식을 몰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 매출은 2014∼2015년 5조원대에서 2016년부터 4조원대로 떨어졌는데, 감소액 중 해외 발전 매출 감소가 80%를 차지한다. 글로벌 발전 수요 감소 등 경영 환경 변화에 맞춰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 경영 부실에 대한 우려가 채권단 내에서 나오는 이유다.
채권은행들의 자구 노력 요청에 대해 두산중공업 측이 어떤 화답을 내놓을지도 관건이다. 시장에서는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인 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설도 거론되고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두산중공업은 계열사 매각 없이 정상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 내 지분구조를 재편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건전한 밥캣과 두산인프라코어를 위해 모회사인 두산중공업과의 수직 계열 관계를 끊어내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
두산그룹과 두산중공업은 "자구 노력을 성실히 이행해 이른 시일 내에 정상화를 이루고 대출자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탈원전) 때문에 주력 산업 수주가 급감한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악화를 오롯이 경영 실패로 돌리는 산업은행의 인식에 비판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정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됐던 프로젝트 취소로 10조원 규모 수주 물량이 증발했고,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지로 매몰비용만 7000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노현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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