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시가>실거래가 첫 역전…서초 트라움 40억원 거래
입력 2020-03-29 17:40  | 수정 2020-03-29 18:56
정부가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를 크게 끌어올린 가운데 코로나19 위기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공시가가 실거래가를 뛰어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향후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집값은 떨어졌지만 세금을 내는 기준인 공시가만 높아지는 데 대한 조세 저항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29일 서울 주요 아파트단지의 올해 공시가격과 최근 실거래가격을 조사한 결과 서울 서초 트라움하우스 3단지(전용 273㎡)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아졌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21일 종전 최고가보다 8억원 낮은 40억원에 손바뀜됐다. 정부가 시세 대비 고가주택 공시가 현실화율을 최대 80%까지 높이겠다며 공시가를 올리는 바람에 시세가 수억 원씩 급락한 집들은 공시가가 집값에 속속 근접하고 있지만 이렇게 집값보다 공시가가 오히려 높아진 사례는 처음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함에 따라 앞으로 집값 하락으로 인한 '공시가 역전' 사례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트라움하우스 3단지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는 지난해보다 4000만원 오른 40억8400만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공시가는 지난해 말 시세 기준으로 책정된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지난해 실거래가 한 건도 없었고 2017년 48억원에 거래된 것이 마지막이다. 30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공시가 현실화율을 80%로 끌어올린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공시가가 종전 최고가(48억원) 대비 85%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가주택 대출을 막은 12·16 대책과 코로나19 여파로 집값이 하락해 공시가 현실화율이 100%를 넘는 '역전'이 발생하게 됐다. 실제 서울 성동·강남·용산 등 9억원 초과 아파트가 밀집한 곳에서도 공시가가 실거래가에 육박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잠실 리센츠(84㎡) 올해 공시가는 작년보다 34% 올라 15억1400만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실거래가는 급락했다. 지난해 20억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초 16억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말 기준 공시가 현실화율은 70%대였만 최근 실거래가가 급락하면서 사실상 공시가 현실화율은 94%까지 치솟았다.
개별 아파트 공시가는 정부가 매년 연말 시세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이전 정부에서는 공시가를 시세의 70% 아래로 유지해왔다. 그러나 현 정부가 들어서자 공시 가격 현실화를 내세우며, 특히 9억원 이상 고가주택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시가 현실화율을 최대 80%까지 높였다. 이 때문에 아파트 값이 고점을 찍은 작년 연말 시세 기준으로 공시가를 끌어올리다보니 올해 고가 아파트들은 전년 대비 최대 50% 가까이 공시가가 뛰었다.

예를 들어 도곡동 도곡렉슬 (115㎡)은 올해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37%나 뛰어 21억7300만원이 됐고, 도곡1동 역삼럭키(84㎡)는 전년대비 49.3%나 올라 공시가가 11억3000만원으로 뛰었다.
공시가는 오르고 집값은 떨어지면서 주택 소유자들은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 세금은 더 내야 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예를 들어 개포주공1단지(50㎡)는 시세는 3~4억원 떨어졌지만 올해 보유세는 44% 증가한 479만원을 부담해야한다. 잠실 리센츠에 거주하는 박 모씨는 "실제 재산가치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게 생겼다"고 억울해했다. 이 때문에 공시가 이의 제기가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대치미도와 대치쌍용1차·2차,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등 주민들은 다음달 6일까지 이의신청서를 구청에 내기로 했다.
공시가 이의신청건수는 2017년 390건에서 2018년1117건으로 늘다가 2019년 1만6257건을 14배 급증했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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