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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제재심의委는 `기울어진 운동장`
입력 2020-03-26 17:42  | 수정 2020-03-26 23:53
◆ 금감원 징계 '월권' 논란 ◆
금융감독원이 제재 대상자들에게 소명 기회를 제공하는 제재심의위원회 대심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재심 절차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2018년 4월부터 제재심에 대해 대심 방식 심의를 전면 시행했다. 제재 대상자들에게 '방어권'을 충분히 제공해 절차상 신뢰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제재심 대심제는 재판 과정과 유사하다. 대심제 시행 전에는 금감원 검사국과 제재 대상자인 진술인이 순차적으로 제재심 위원들에게 설명을 하는 구조였다. 대심 방식으로 바뀌고 나서는 진술인과 검사국이 동시에 제재심 위원들에게 각자 의견을 전달한다. 순차 진술을 하면 제재 수위 결정 전 최종적으로 검사국이 위원들에게 발언을 하기 때문에 검사국 주장이 결과에 더 많이 반영될 수도 있는 구조다.
하지만 대심제라 해도 법정과 차이 나는 점은 재판부 기능을 하는 제재심의위원회에 금감원 직원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제재심 절차에서 가장 큰 결함은 위원회 구성 자체의 중립성"이라며 "진술인들이 각자 논리로 반론을 제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제재심의위원회는 금감원 수석부원장, 제재심의담당 부원장보, 법률자문관과 금융위원회 안건담당 국장 등 당연직 4명과 전문가·민간 위원으로 구성된다. 중징계 이상이 예상되는 중대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당연직 위원 3명과 민간 위원 5명을 포함한 대회의에서 논의한다. 민간 위원은 총 17명인 전문가그룹 중 5명을 무작위로 선정한다.
심의를 진행하는 위원장은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맡는다. '검사'와 '판사'가 한 배를 탄 사람들인 것이다. 또 전문가그룹도 금감원이 선정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위촉을 해준 금감원에 반기를 들기 어려운 구조다. 일부 민간 위원 중에서는 금감원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을 때 해당 안건에 대한 제재심 참여를 고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심제 시행 당시 금감원이 발표한 '제재심 개편안'을 보면 대회의는 출석 인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 당연직이 8명 중 3명이라는 점에서 민간 위원 중 2명만 찬성해도 특정 방향으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제재심은 결론을 최종 의결한 3차 회의가 대심제로 진행되지 않았다. 1·2차 회의를 통해 의견 청취와 질의·답변을 거쳤다는 이유에서다. 회의록을 보면 위원회는 초반부터 검사국만 따로 입장시켜 설명을 들었다. 검사국 주장을 듣고 난 후 '추가 확인' 개념으로 진술인을 입장시켰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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