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14일 만에 국내 주식 사는 외국인…韓 증시 입질 시작했나
입력 2020-03-24 14:54 

이달에만 10조 원 넘게 팔아치우며 증시 하락폭을 키웠던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고 있다. 지난 4일 이후 14거래일 만에 매수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2시께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20억원 어치를 사들이고 있다. 같은 시간 코스닥에서도 600억원 넘게 거둬들이고 있다.
앞서 외국인 투자자는 4일(1533억원 매수)을 제외하고 3월 전 일 '팔자'를 유지하며 10조7000억원 물량을 쏟아냈다. 거칠 것 없는 외국인 매도 행렬에 코스피는 이달 26% 가까이 하락하면서 유례없는 폭락장을 겪었다. 이 기간 중 코스피는 2001년 9월 11일(9·11 테러) 이후 20년 만에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와 사이드카(Side Car)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면서 패닉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날 '가뭄에 단 비' 같은 외국인의 매수 전환에 코스피는 6% 이상 상승하면서 모처럼 강세장이다. 오전 한 때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는 동시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유럽과 미국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파격적인 유동성 공급조치를 시행에 따른 적극 재정정책이 외국인 수급 변화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연준이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QE)에 돌입하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무제한 매입을 발표했다"며 "이 결과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는 등 최근 야기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의 급등과 신용리스크 완화 가능성이 높아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전일 국내 증시 하락을 부추겼던 미 의회의 재정지출 법안 타결 실패 또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이른 시일 안에 법안 처리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외국인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IT업종에 사들이며 순매수 랠리를 보였지만 현재 환율로 주가를 환산하면 전액 손실 국면에 진입했다"라며 "국내 IT 추정치 하향이 더딘 상황에서 손실까지 감수하며 기존 순매도 속도를 계속 이어갈지는 의문이다"고 언급했다.
시장 불안정성에 따라 극단적으로 치달았던 외국인들의 현금 선호도 추세가 다소 꺽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어 노 연구원은 "연준이 달러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한 상황에서 미국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의회를 통과하고 북미와 유럽 내 코로나19 확산이 둔화세에 접어 든다면 외국인은 물론 국내 증시의 반등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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