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로나19 확산에 금융시장 패닉…대기업, 그동안 안썼던 `마통`까지
입력 2020-03-24 07:51 

그동안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온 대기업들이 3월 들어 이례적으로 은행권에 손을 내밀었다.
대기업들이 회사채 등 자금시장 경색 조짐이 보이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이전에 열어놓았던 한도대출에서 실제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진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이달 20일 현재 78조6731억원이다.
지난 2월 말보다 1조7819억원 늘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늘어난 규모는 2월 한달간 증가액(7883억원)의 두배를 이미 넘었다.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이 1조7000억원가량 늘어난 사례는 최근 2년 이내에 없었을 정도로 이례적이다.
대기업은 대개 회사채와 같은 직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탓에 꾸준히 대출 규모가 늘어나는 중소기업과 달리 대출 잔액이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 이달 들어 대기업 대출이 많이 늘어난 것은 사전에 받아놓은 한도대출을 실제로 사용하고 있어서다.
쉽게 말해 개인이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놓고 실제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최근 대기업이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그동안 인기 있었던 우량 회사채마저 사지 않는 현상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전자산을 대표하는 상품인 금도 가격이 내리고 있다"며 "회사채 역시 시장에서 예전만큼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에 따른 불안감에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서 대기업 자금 조달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계열사 관계자는 "당장이야 유동성 공급에 큰 문제는 없지만 장기화 될 경우 아무래도 재무 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기를 기다릴 뿐"이라고 토로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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