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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도 잘 안되네` 美연준 사실상 무제한 돈 풀기 불구, 뉴욕 증시 또 3%↓
입력 2020-03-24 06:58  | 수정 2020-03-24 08:13
한적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건물 풍경. NYSE는 23일부터 오프라인 거래소를 폐쇄하고 모든 거래를 전자거래로 대체한다. 이날 연준의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QE)발표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하락해 마감했다. [AP = 연합뉴스]
미국 금융시장 역사상 228년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금융의 심장부' 뉴욕증권거래소(NYSE)오프라인 객장이 폐쇄된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또 다시 하락세로 마감했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속 증시 추락세를 보다 못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증시 개장을 앞두고 사실상 '달러 찍어내기'를 선포했지만 오히려 시장이 낙폭만 키우자 월스트리트 증권가에서는 '시간이 약'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출처 = 야후파이낸스]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마감 결과 3대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선을 그었다. 우량주 중심 다우존스30지수는 직전 거래일 보다 -3.04%, 대형주 중심 S&P500은 -2.93%떨어져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27%로 하락폭이 작았지만 떨어지는 추세를 피할 수 없었다.
이날 개장에 앞서 연준이 사실상 무제한 양적 완화(QE)를 발표해 선물시장이 약하게 반등하는 듯했지만, 이어 개장한 본 거래에서 다우존스 지수가 500포인트 떨어지는 등 불안하게 출발했고 낙폭을 키웠다. 미국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WSJ)등 23일 연준 기습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상원에서 연방정부가 마련한 국민기본소득 등 4조 달러 규모 '코로나 재정'이 가결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출처 = 연준]
앞서 23일 뉴욕 증시 개장 전 연준은 '필요한 만큼' 자산을 사들여 달러를 풀겠다고 기습 선언한 바 있다. 이날 연준은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는 거대한 고난"이라면서 "시장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금액(in the amounts needed)만큼 자산 매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가 발행한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달러를 풀겠다는 것이다. 연준은 또 3개의 대출 기관을 새로 만든 후 이를 통해 회사채·지방채·자산담보부증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최대 3000억 달러(약 380조원) 한도에서 기업과 가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5일 연준이 긴급 발표를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 기금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25%로 전격 인하하고, 7000억 달러(약 843조 5000억원) 규모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를 매입해 시장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로 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지난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당시 밴 버냉키 연준 의장이 했던 '헬리콥터 머니'처럼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도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QE에 나선 셈이다.
무엇보다 연준이 미국 국채와 MBS 등 자산 매입과 관련해 한도를 정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이라고 한 데 대해 현지에서는 달러를 사실상 무제한 풀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었다. 미국 CNBC는 연준 기습 발표를 두고 '돈 찍어내기'(money printing) 새 국면이 시작됐다고 평가했고, 블룸버그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무제한 양적완화'(unlimited QE)라고 받아들였다. 시장에서는 현지 투자 자문사 브리클리의 피터 부크바 최고 투자책임이 "우리는 이제 무한 QE시대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또 MUFG유니언 뱅크의 수석경제학자인 크리스 러프키는 "연준이 현재 수직으로 자유 낙하 중인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빼든 카드"라면서 "중앙은행은 이제 '은행들의 은행'인 최종 대출 기관이 아니라 최후 (채권 등 금융상품)구매자"라고 반응한 바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오른쪽)은 그간 QE라는 표현을 기피해왔지만 중국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2008년 금융위기 때 `헬리콥터 머니`를 뿌린 벤 버냉키 당시 의장(왼쪽)처럼 무제한 QE카드를 꺼내들었다. [출처 = 블룸버그]
파월 의장은 그간 QE라는 표현을 기피해왔지만 중국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무제한 QE카드를 꺼내들었다. 23일 연준 기습 발표는 앞서 상원에서 연방정부가 마련한 국민기본소득 등 4조 달러 규모 '코로나 재정'이 부결되고, 코로나 판데믹 사태에 따른 항공·관광업계 발 일자리 대란 우려 속 실업률 폭등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긴급대책이다. 특히 코로나 재정이 연방 상원에서 부결되자 23일 아시아 증시에서 한국과 호주 등 증시가 급락했고 이어 선물시장에서 미국 증시 3대 대표 지수(우량주 중심 다우존스·대형주 중심 S&P500, 기술주 중심 나스닥)가 일제히 낙폭을 확대해 시장 공황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의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달리 금융통화정책은 더 빠르게 결정·집행을 할 수 있어 정책 내부시차가 짧은 편이다.
다만 연준 대책은 다시 한 번 시장 하락을 멈추지 못했다. 연준은 지난 3일 긴급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15일에도 긴급히 1%포인트를 더 하향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0~0.25%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 증시는 끝없는 하락세를 그어왔다. 지난 주 18일 뉴욕증권거래소에는 또 다시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었다. 앞서 9일과 12일, 16일에 이어 2주 만에 네 번째였다. '시간이 약'이라는 월스트리트 증권가 체념 속에 연준도 무제한QE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셈이다.
연준 등 중앙은행의 금융 통화정책은 크게 3가지로 대표된다. 대표적인 것이 기준금리 조정이고 그 다음으로는 환매조건부 채권(RP) 거래 개입을 의미하는 공개시장조작정책, 그 다음으로는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조정해 통화량을 조정하는 지급준비제도다. 사실상 제한없이 필요한 만큼 자산을 사들여 돈을 푸는 것은 흔히 쓰는 방법은 아니라고 WSJ등이 전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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