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 도전한 김광현이 행복한 `진짜 이유`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매경닷컴 MK스포츠(美 포트 마이어스) 김재호 특파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좌완 김광현(31)은 빅리그 도전을 앞두고 있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행복하다. 메이저리그는 모든 야구 선수들이 꿈꾸는 무대다. 이곳에 설 날이 다가오고 있기에 행복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그가 행복한 것은 단순히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서 느낀 것이지만, 야구를 더 많이 보고 경험하고 볼 줄 안다고 생각한다."
10일(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와 시범경기에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김광현이 등판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갑자기 한 말이다. 이 말을 통해 그가 이곳에서 행복한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김광현은 지금까지 '투 피치 피처'로 불렸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두 가지 구종에 의존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한때 다른 메이저리그 구단은 그런 그를 불펜 투수용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이같은 편견을 깨기 위해 커브와 체인지업도 연마했던 그다. 이번 시범경기에서도 구사하고 있지만, 일단 주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다.
그렇다면 그는 결국 '투 피치 투수'인걸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슬라이더를 던질 때도 여러가지 슬라이더를 던진다. 빠른 슬라이더, 느린 슬라이더, 스트라이크를 잡는 백도어 슬라이더 등이 있다. 어떨 때는 다섯 가지 슬라이더를 생각한다. 헛스윙을 유도해야겠다, 느리게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아야겠다, 바깥쪽, 홈플레이트 밑 등 모든 공에 의미를 부여하며 던지고 있다."
그는 "슬라이더가 세 가지면 그것만으로도 스리피치고, 여기에 직구와 커브까지 더하면 파이브피치"라며 슬라이더 하나만으로도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름대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지만, 이 다양한 슬라이더들이 한국에서는 '슬라이더' 하나로 불린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서운하기보다 아쉬웠다. 어떻게든 슬라이더를 살려야하니 나름대로 노력했는데, 노력에 비해 투피치 투수로 받아들여지면서 아쉬웠다."
그는 이런 서운함을 이국땅에서 씻고 있다. 단순한 '립서비스'일지도 모르지만, 이곳에서 만난 코치나 동료 선수들, 해설가들은 다르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내 투구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도 않았는데 (코치나 동료들이) 먼저 알아봐주고 있다. 야구를 보는 시야가 다른 거 같다. 내 가치를 인정해줘서 행복하다."
실제로 마이크 매덕스 투수코치는 "모두가 그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에 대해 얘기하지만, 그는 투피치 투수가 아니다"라는 말로 김광현이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투수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김광현이 변화를 주는 것은 슬라이더만이 아니다. 패스트볼도 상대한 일부 타자들이 '커터'라 표현할 정도로 변화가 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패스트볼이 약간 일자로 가면서 중심에 많이 맞았다. 오늘같은 경우 직구가 커터처럼 많이 들어갔는데 배트 중심에 맞지 않는 타구가 나왔다. 좋은 무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는 10일 경기에서도 전광판 구속 기준 70마일에서 95마일까지 다양한 구속을 기록하며 상대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의 구종이 단순하지 않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그렇게 그는 낯선 무대에 순조롭게 적응중이다. 원정경기를 치르면 1회초 2아웃부터 캐치볼로 몸을 풀던 루틴도 새로운 무대에서 이어갈 수 있게 준비중이다. 그는 '원정구장 중에는 불펜이 외야에 있어 공격 도중 가기 힘든 곳이 많다'는 취재진의 걱정에 미소와 함께 "보통은 그런 구장이 있으면 실내에 (캐치볼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설치돼있다고 하더라. 미리 다 조사했다"고 답했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