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외국인 사상최대 1.3조 셀코리아…공포지수 하루새 31%↑
입력 2020-03-09 17:37  | 수정 2020-03-09 23:58
코로나19 공포로 코스피가 4% 넘게 폭락한 9일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19% 내린 1954.77로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9년 8월 29일(1933.41)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승환 기자]
◆ 코로나 공포 ◆
외국인이 9일 하루에만 코스피에서 1조3000억원 이상 자금을 빼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코스피는 1954.77로 마감해 하루 만에 4.19%나 폭락했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950선은 간신히 지켜냈으나 국제유가 불안정성과 미국·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급격하게 불어나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날 코스피가 이 정도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미국과 유럽 등의 코로나19 확진자 숫자 급증으로 인한 불안심리와 함께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요인이 더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확진자 급증은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된다. 코로나19가 '팬데믹' 수준으로 번져나가는 데 대한 불안감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시장의 하락으로 연결된다. 반면 금, 달러, 채권 등 안전자산 몸값은 상승한다. 원화값은 지난 6일 이후 9일까지 2영업일 연속 하락했는데, 이는 외국인들이 증시에서 이탈하는 요인이 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시장에 만연한 코로나19 관련 공포감에 더해 저금리 기조로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쏠림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추가로 자금을 뺄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국제유가(WTI 기준)는 지난주 초반까지만 해도 45달러 선이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원유 감산 합의 실패 소식이 들려오면서 6일 10% 폭락했고, 주말 새 원유 선물시장에서 30% 폭락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 하락은 극심한 금융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수요 부진에 4월 이후 증산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져 당분간 유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면서 "오는 18일로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공동감산기술위원회 회의에서 극적 타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예상처럼 3월 내 코로나19 국면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조짐을 보이면서 코스피뿐 아니라 아시아 시장 전반적으로도 증시가 폭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금융시장 위기가 올 것이라는 위기감도 있다. 일본 닛케이225는 9일 하루에만 5.07% 하락했다. 중국도 이날 상하이종합지수가 3.01% 하락하며 주저앉았다. 홍콩 항셍과 대만 자취엔 역시 3~4%대 급락을 면치 못했다.
이 같은 증시 불안정성에 공포지수도 치솟았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8.7포인트 급등했다. 변동성이 하루 만에 무려 31.7%나 올라간 것이다. 변동성지수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에 반영된 향후 시장의 기대 변동성을 측정한 지표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상승해 '공포지수'로도 불린다.
다만 코스피에서만큼은 개인의 대량 매수와 연기금의 방어로 1950선은 어느 정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날 외국인은 역대 가장 많은 금액을 코스피에서 팔아치웠지만, 갈 곳을 잃은 개인들의 유동성은 모두 '저가 매수'가 가능한 주식시장으로 향했다. 이날 개인들은 코스피에서 1조2799억원어치를 순매수해 2011년 8월 10일 1조5559억원 순매수 이후 근 8년7개월 만에 가장 많은 주식을 사들였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들이 코로나19 국면에서 과도하다고 할 정도로 매수하고 있는데, 이는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규제 강화로 개인 투자자가 돈을 넣을 수 있는 곳이 현재 값이 내려간 주식시장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연기금 역시 지난 4일 이후 4영업일 연속 코스피에서 순매수하면서 증시를 방어하고 있다. 9일 연기금은 4000억원 가까이 사들여 올해 들어 일 최대 순매수를 기록했다.
[박인혜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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