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슈진단] 코로나로 실물 경기 위축땐 달러債 투자
입력 2020-02-17 17:15 
연초부터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중국 코로나19 사태 등 이벤트 리스크가 계속되고 있지만 미국 증시는 사상 최고치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크지 않은 데다 기업의 견고한 실적 발표와 주식 투자 감세 등이 시장 랠리를 받쳐줄 수 있었다. 중국뿐만 아니라 주요국 기준금리 인하 등 부양책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융시장 랠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슈가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에 따른 충격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문제는 금융시장은 경기 부양 기대감을 이미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최근 글로벌 자산 가격은 위험 요소가 여전히 산재한 가운데 '그럼에도'라는 투자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은 2003년 사스 사태보다 확실히 커 보인다. 사스가 창궐했던 2003년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에서 4%에 불과한 데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급증한 경제 성장으로 바이러스 충격을 상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17% 비중으로 덩치가 커진 중국 경제가 2020년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태로 글로벌 경제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급락한 원자재 시장이 침체 상황인 것도 부담이다. 위험자산 시장 랠리와 달리 향후 경기를 가늠해줄 수 있는 원자재 지표가 중국발 수요 위축 우려에 급락한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다시 배럴당 52달러로 하락했고 그나마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감산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다.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지난해 4분기 이후 개선됐음에도 경기에 민감한 구리 가격은 바닥을 헤매고 있다. 전 세계 물동량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도 지난해 10월 이후 68% 하락하면서 글로벌 교역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동성 축소 우려도 걸림돌이다. 경기 부양책과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으로 위험자산 시장은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금융시장 버블에 일조할 뿐 실물경기 개선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급격하게 벌어진 실물과 금융시장 간 괴리감은 올해 내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미국 단기자금 시장의 혼란을 안정화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급한 유동성은 오는 2분기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미국 채권 금리는 중반 이후 아래쪽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바이러스 이슈 완화로 금리가 소폭 상승하고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를 활용해 다시 달러 채권 비중 확대를 권유한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센터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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