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50억 가치` 뱅크시 신작 벽화, 이틀 만에 `욕설 낙서`
입력 2020-02-17 16:29 
△영국의 얼굴 없는 예술가 뱅크시가 지난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공개한 벽화의 모습. 한 소녀가 새총으로 꽃잎을 쏘아올리는 모습이다. [사진 출처 = 뱅크시 인스타그램 캡처]

얼굴 없는 화가로 널리 알려진 영국 예술가 뱅크시가 영국의 한 거리에 그린 신작 벽화가 이틀 만에 훼손돼 뱅크시 애호가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뱅크시는 얼굴을 드러낸 적 없는 거리 예술가로 유화, 벽화 등 다양한 형식으로 작품을 내고 있다. 지난 2018년 자신의 작품 '풍선과 소녀'가 경매에서 140만달러(약 15억 8000만원)에 낙찰된 후 액자 뒤에 미리 설치해 둔 파쇄기를 통해 작품을 찢어버려 화제를 모았다. 이후 뱅크시는 자신의 SNS를 통해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 역시 창조적인 욕구"라고 말했다. 또 영국 하원 의회에 침팬지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앉은 풍경을 그린 풍자적인 작품 '위임된 의회'는 지난해 경매에서 예상가의 5배인 987만파운드(약 146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
뱅크시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영국 브리스톨의 한 거리에 벽화 형식의 신작을 공개했다. 해당 벽화는 한 소녀가 새총을 쏴 꽃잎들을 퍼뜨리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작품이 그의 SNS를 통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역시 뱅크시는 살아있는 전설이다"(ayd****), "그가 돌아왔다. 이 작품은 너무나 아름답다"(seb****)라는 등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훼손된 뱅크시의 벽화. 그려진 소녀 위로 분홍색 페인트로 욕설이 쓰였다. [사진 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의 작품은 오래가지 못했다. BBC 등 외신은 "뱅크시의 벽화가 공개된 지 48시간 만에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누군가가 뱅크시가 그린 소녀 그림 위로 욕설을 써 놓은 것. BBC에 따르면 작품이 그려진 건물 주인의 자녀 켈리 우드러프 씨는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누군가가 많은 이들의 즐거움을 빼앗아갔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우드러프 씨는 더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뱅크시의 작품이 훼손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중도 좌절했다. 한 현지 누리꾼은 BBC의 보도를 공유하며 "인간이 창조물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sam****)라며 한탄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내가 예술을 좋아하는 팬은 아니지만 그것을 존중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낙서로 망칠 일인지…"(Tod****)라고 허탈함을 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뱅크시의 이 해당 작품이 건물 외벽에 무단으로 그린 '그래피티'이기 때문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주민은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도 "불행히도 일어날 만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 국내 누리꾼은 "같은 벽에 같은 페인트이지만 예술인 것과 낙서인 것으로 나뉘고 있다"(fan****)며 이중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상징하는 뱅크시의 벽화가 하얀 페인트로 뒤덮여 훼손된 바 있다. 이에 뱅크시는 "신경 쓸 필요 없다"며 "하얀색 깃발처럼 바뀐 벽화 역시 본래의 의도를 잘 대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디지털뉴스국 김형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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