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흑인 인권운동가의 `와칸다 포에버?` 美 은행카드 `논란`
입력 2020-02-17 10:58 
미국 원유나이티드 은행이 출시한 `해리엇 더브먼 카드`. 카드 속 터브먼의 모습이 영화 `블랙 팬서`의 경례 장면을 연상케 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출처 = 원유나이티드 은행 페이스북 캡처]

미국의 한 은행이 출시한 직불카드에 담긴 그림이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디자인된 미국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의 모습이 유명 히어로물 영화 '블랙 팬서'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면서다.
CNN 등 현지 언론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내 최대 규모의 흑인 소유 은행인 원유나이티드 은행이 흑인의 역사를 기억하는 '블랙 히스토리의 달'(2월)을 기념해 한정판 직불카드를 선보였다고 전했다. 이 카드에는 미국의 흑인 여성 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의 그림이 담겼다.
해리엇 터브먼은 노예 해방 운동을 실천하며 지난 1850년부터 10여 년간 300여 명의 흑인 노예들을 탈출시킨 전설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업적이 인정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 미 20달러 지폐 속 인물을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에서 그로 바꾸는 계획이 추진되기도 했다. 다만 지폐 도안 변경은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에서 연기된 상태다. 아울러 지난해 그의 일생을 그린 영화 '해리엇'이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영화는 지난 9일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 된 바 있다.
영화 `블랙 팬서`에 등장하는 `와칸다 포에버` 경례 모습. 해리엇 터브먼 카드에 담긴 모습과 흡사하다. [사진 출처 = 배우 채드윅 보스만 페이스북 캡처]
카드 속 해리엇 터브먼 그림은 포즈가 논란을 불렀다. 그림에서 해리엇 터브먼은 주먹 쥔 양팔을 교차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포즈는 미블 시네마틱유니버스의 영화 '블랙 팬서' 속 경례 구호인 '와칸다 포에버'를 연상시키며 흑인 인권을 기념한다는 의도와는 달리 많은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현지 누리꾼들은 "마음에 든다. 하나 만들어야겠다"(Dar****), "놀랍다. 당신들(은행 측)이 하고 있는 일들을 계속해 달라"(Vic****)며 취지에 공감하는 반응도 보였지만 역사적 인물에 대한 결례라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한 누리꾼은 "원유나이티드 은행에서 카드에 위대한 해리엇 터브먼이 '와칸다 심볼'을 하는 모습을 넣었다. 누가 승인한 것인가"(the****)라고 말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무례하고 생각 없이 역사적 영웅을 이용한 것"이라며 "은행 책임자를 불러내야 한다"(Rob****)고 꼬집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은행 측은 해명에 나섰다. 이들은 공식 SNS 채널을 통해 "해리엇 터브먼은 자신의 인생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한 희생을 가능케 하는 '사랑'의 궁극적인 상징"이라며 "이 제스처는 수화로 사랑을 상징한다"고 해명했다.
은행 측의 해명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양상이다. 은행의 해명을 접한 한 누리꾼은 "'와칸다 포에버' 에디션 카드에 반대한다"면서 "이 정서(사랑)에는 공감하지만 이것은 해리엇 터브먼이 남긴 유산에 대한 불명예다"(KOS****)라며 원유나이티드 은행의 분발을 요구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이 사인이 사랑을 뜻하는 것은 알겠지만 우리는 모두 그림에서 '와칸다'를 봤다"면서 "블랙 팬서는 좋은 영화였지만 우리 역사의 명예와는 별개"(Kim****)라며 은행 측의 재고를 요청했다.
[디지털뉴스국 김형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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