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물선 돈스코이 투자사기' 업체 도와 가짜 가상화폐 판 30대 실형
입력 2020-02-17 08:09  | 수정 2020-02-24 09:05

"경상북도에 금 1천만t이 묻힌 금광이 있다."

'SL블록체인그룹'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업체가 2018년 9월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며 내세운 홍보문구였습니다. 이 업체는 금광과 연계된 가상화폐 '트레져SL코인'을 사면 나중에 여기서 나오는 금과 바꿔주는 식으로 채굴 수익을 나눠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었습니다. 이들이 판 코인도 살 수만 있고 되팔 수는 없게 설계된 가짜 가상화폐였습니다.

SL블록체인그룹의 정체는 그해 여름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보물선 돈스코이호 투자사기'를 벌인 신일그룹이었습니다. 경찰이 돈스코이 투자사기 관련 수사에 착수하자 SL블록체인그룹으로 이름을 바꿔 '2차 사기'를 벌인 것이었습니다.

이 업체가 판매한 가짜 가상화폐를 제작해주고 투자가 이뤄지도록 홍보한 30대가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김선일 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블록체인업체 A사 대표 33살 이 모 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그제(15일) 밝혔습니다.

이 씨는 2018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SL블록체인그룹을 도와 일하면서 돈스코이호 투자사기 주범 류승진 씨 등 6명과 공모해 1천242명에게 12억7천만 원 상당의 가짜 가상화폐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씨는 트레져SL코인과 해당 코인의 전자지갑 등을 만들고 이를 거래소에 상장하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SNS와 버스정류장 광고판,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 등을 통해 코인 투자를 홍보하는 작업도 맡았습니다.

이 씨 등은 "트레져SL코인을 사 두면 경북 금광에서 채굴되는 금과 교환이 가능하고, 금이 얼마나 나오느냐에 따라 나중에 코인 가격이 어디까지 치솟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홍보해 피해자들을 끌어모았습니다.

이들은 신일그룹 이름으로 투자 사기에 활용했던 돈스코이호도 다시 내세웠습니다. "SL블록체인그룹은 150조 원 상당의 금괴를 싣고 1905년 울릉도 인근 해역에 가라앉은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에 대해 러시아 측과 공동인양을 추진하고 있는데, 진행 상황에 따라 언제든 호재가 될 수 있다"라고 이 씨 등은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경북 1천만t 금광'과 '150조 원 금괴'는 모두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었습니다. 이들은 돈스코이호의 인양을 추진하지도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트레져SL코인은 가상화폐가 아니라 단순 사이버머니 수준의 포인트인 것은 물론 처분도 불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서 신일그룹이 자체 개발해 판매한 '신일골드코인'도 마찬가지로 가상화폐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사이버머니나 포인트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으로 수억 원이 넘는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수법과 규모, 역할 및 가담 정도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질타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피해액이 상당 부분 피해 회복이 되지 않았고, 향후 회복이 될 가능성도 희박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 씨와 검찰은 모두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