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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의 주역, '봉준호의 페르소나' 송강호‧'팔색조 연기' 이정은
입력 2020-02-10 17:30  | 수정 2020-02-17 18:05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는 53살 배우 송강호의 역할이 컸습니다.

송강호는 봉 감독과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을 시작으로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기생충'까지 네 작품을 함께하며 '봉준호의 페르소나'가 됐습니다. 봉 감독은 지난해 5월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위대한 배우가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지 못할 영화였다"면서 '동반자' 송강호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송강호는 '기생충'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4인 가족의 가장 기택을 연기했습니다. 직업도 대책도 없이 살다가 아들 기우(최우식)가 부잣집 과외선생으로 취직하자 인생 역전을 노리는 '계획'에 가담한 뒤 큰 사건에 휘말립니다.

중반까지는 평범한 이웃집 아저씨 모습이지만 클라이맥스에는 감정을 폭발하며 입체적인 면모를 보입니다. 봉 감독은 "아마 다른 배우였다면 (클라이맥스 부분을) 시나리오를 쓸 때 한발 물러났을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선 이미 대배우인 송강호는 '기생충'으로 전 세계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난해 8월 제72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배우로는 처음으로 '엑설런스 어워드'(Excellence Award)를 받았고, 지난해 12월 LA 비평가협회상 남우조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미국 영화배우조합(SAG)으로부터는 다른 출연 배우들과 함께 최고상인 앙상블상을 받았습니다. SAG 시상식서 외국 영화가 최고상을 받은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었습니다.

송강호는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조연상 후보에 오를 것으로 점쳐졌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습니다. 주연인 그가 조연상 후보로 거론된 것은 아카데미 캠페인 과정에서 배급사 측이 상대적으로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큰 부문을 공략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남우조연상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습니다. 톰 행크스, 앤서니 홉킨스, 알 파치노, 조 페시, 브래드 피트 등 쟁쟁한 배우가 대거 후보에 올랐습니다.

송강호는 오스카 캠페인 기간 미국과 영국을 오가며 부지런히 뛰었습니다. 각종 시상식과 행사, 외신 인터뷰를 통해 '기생충'을 알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50살 이정은 역시 '기생충'의 주요 주역입니다. 부잣집 박 사장네 입주 가사 도우미 문광 역을 맡아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으며 팔색조 연기로 선보였습니다.

특히 그가 등장하는 '초인종 장면'은 영화 장르를 바꿔놓을 정도로 강렬합니다. 인터폰 화면을 가득 채운 상처투성이 얼굴과 다급한 목소리,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대사들은 향후 펼쳐질 비극의 시작입니다.

이정은은 남편 근세 역을 연기한 박명훈과 함께 반전의 핵심 키를 쥔 인물이기에 '기생충'이 작년 5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에도 한동안 대중 앞에 나서지 못했습니다.

봉 감독과는 '마더'(2009)와 '옥자'(2017)에 이어 '기생충'으로 세 번째 호흡을 맞췄습니다. '옥자'에서 슈퍼돼지 옥자의 울음소리를 연기했습니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30년 가까이 무대와 스크린, 안방극장을 오가며 내공을 쌓은 베테랑입니다. 송강호와 함께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비롯해 각종 시상식에 참석하며 '기생충'을 알렸습니다.


박사장(이선균) 아내 연교를 연기한 조여정도 '기생충'을 통해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빼어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옥자'에 이어 두 번째로 봉 감독 작품에 출연한 최우식을 비롯해 박소담 등 젊은 배우들 활약도 돋보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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