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MBN 토요포커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 한 우물만 판 협상의 달인
입력 2020-02-10 15:53  | 수정 2020-02-11 14:51
방송보기 링크 : https:www.youtube.com/watch?v=awRQ6PetpwI&feature=share

□ 방송일시 : 2020년 2월 8일 (토요일)

□ 진 행 : 은영미 경제부장

□ 출연자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타이틀: 한 우물만 판 협상의 달인

◆ 은영미: 한미 FTA 한일 무역분쟁, 한중 사드 갈등.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때마다 중요한 것은 바로 협상인데요. 오늘은 오랜 세월 여러 현장에서의 경험을 살려서 우리나라 통상교섭을 총괄하고 계신 분들 모셨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유명희: 안녕하십니까?

◆ 은영미: 본부장님 지난달에 다보스포럼에 다녀오셨잖아요. 발표자로서는 처음이셨죠? 소감 좀 말씀해 주시죠.

◆ 유명희: 사실 발표자로서도 처음이었고 참석자로서도 처음이었습니다. 일단 다보스에 대한 인상은 작은 마을에 서울로 따지면 한 9단위보다도 작은 마을에 그 기간 동안에 수천 명의 각 나라 정재계 지도자급들이 와서 그 좁은 장소에서 매일 1시간 단위로 수십 명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고 그걸 통해서 세계 통상무역 정세도 알고또 다자적으로 양자적으로 협력할 방안도 찾을 수 있다는 게 굉장히 유익한 점이었습니다.

주제1. 완벽한 준비형 협상가

◆ 은영미: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취임하신 게 지난해 3월인데 거의 1년 가까이 되셨네요? 30년 가까이 통상 관련 업무를 맡고 계신데 철저한 준비 그리고 치밀한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협상 전문가다 이런 평가를 받고 계세요. 어떻게 통상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됐는지 좀 듣고 싶습니다.

◆ 유명희: 제가 대학을 다니고 직장을 고민할 때 당시에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한참 시작하고 그 한참 시작하면서 협상이 진행됨과 동시에 국내 갈등도 많았을 때입니다. 그때 우리가 갖고 있는 우리의 내수 시장의 규모보다 세계 시장의 가능성과 규모가 훨씬 더 큰데 그렇게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과 협상하는 능력도 중요하고 우리 국내의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하는 능력도 중요해서 그런 업무는 평생을 걸고 누군가는 도전을 하고 해야 할 것 같고 전문성을 쌓아야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을 하게 됐습니다.

◆ 은영미: 어쨌든 3년 동안 업무를 하시면서 통상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셨을 것 같아요.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 유명희: 왕도는 없는 것 같고요. 한마디로 쉬지 않고 끊임없이 계속 공부를 해온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을 가서 거기서 법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법을 공부하고 학위를 받았고 지금도 매일 국내 외신을 밤다마 다 분석하고 수십 권, 수백 권의 책을 핸드폰에 저장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읽으면서 새로운 동향, 그 각 나라의 규제 상황, 우리나라의 산업 현실 이런 걸 쉬지 않고 공부를 하고 있는 게 준비하고 있는 그런 지금까지 해왔던 습관화된 자세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은영미: 지금까지도 불철주야 연구하고 계신다고 말씀을 하셨는데 지금까지 굉장히 많은 협상에 참여하셨죠? 가장 기억에 남는 협상이 있다면요?

◆ 유명희: 모든 협상들이 마지막 순간이 가장 기억이 납니다. 어느 한 협상이라기보다 협상을 하기 전까지는 치열하게 주장하고 하지만 어느 순간에 어느 타이밍을 잡아서 우리에게 가장 유리하게 대안을 내세워서 상대도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고 우리도 분명히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적으로 확보 하느냐가 마지막 순간에 어렵고 고독한 결단이기 때문에 수석 대표로서 그런 책임감을 가지고 마지막에 가느냐 마느냐 이 판단을 했던 순간들이 항상 기억이 납니다.


◆ 은영미: 본인만의 특별한 협상 노하우가 있다면 좀 궁금한데 알려주시고요. 또 루틴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런 것도 있다면 소개를 좀 해 주시죠.

◆ 유명희: 기본적인 준비해야 할 자세는 협상은 사실 수면 위에, 표면 위에 드러나는 거고 그 밑에는 철저한 정보 파악과 소통이 같이 병행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산업 현실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동향, 흐름, 그 나라의 정치 경제적 상황. 그래서 왜 이런 주장들이 나오는지에 진정한 배경에 대해서 여러 가지 다각도로 분석이 돼 있어야 하는 정보 파악이 중요하고 국내 이해 관계자와의 소통, 상대방과도 공식, 비공식 채널을 다 동원한 소통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제 휴대폰에 수십 명의 통상장관들의 SNS와 핸드폰에 다 저장돼서 필요할 때는 즉시 연락하는 사안인데 그 바탕이 있어야 협상을 잘할 수 있고 협상을 할 수 있는 놀데와 힘이 나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주제2. 글로벌 리더들이 한자리에

◆ 은영미: 이제는 좀 본격적으로 다보스포럼에 다녀오셨으니까 그 이야기를 좀들어보려고 합니다. 다보스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셨고요. 그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이야기를 좀 해 주시죠.

◆ 유명희: 다보스에서 한 것에 세 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각종 양자회담입니다. 브라질, 인도, 사우디 각 나라 장관들을 제가 비행기를 타고 다녔으면 지구를 몇 바퀴 돌았을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그 자리에서 시간 단위로 만나면서 우리의 신흥 시장을 개척하고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를 할 수 있었고요. 두 번째는 WTO 관련 각종 공식, 비공식 회의입니다. 통상장관 회의도 열렸고 전자상거래 회의도 열렸고. 그런 걸 통해서 다자무역 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장관들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 학계가 다 섞여서 토론을 하는 다보스포럼에 참석을 해서 다자 체제에 대한 기업들의 시각, 위기의식, 거기에 대한 개혁 방안 이런 걸 공유하고 또 저의 생각도 나누면서 한국의 역할을 보다 강화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은영미: 짧은 기간이었지만 굉장히 많은 활동을 하신 것 같은데요. 특별히 이제 또 여러분들과의 양자회담, 양자 면담을 진행하셨고 들었는데요. 주로 어떤 면담이었는지 그리고 성과는 있었는지 그런 이야기도 해 주시죠.

◆ 유명희: 일단 양자적으로도 우리가 개척해야 할 아직도 협상을 강화해야 할 잠재력이 있는 신흥 시장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대표적으로 신남방 국가인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이런 장관들과 다 만나면서 그런 방안을 논의를 했고 또한 중남미에 있는 브라질이라든지 이렇게 또 개척하지 못한 신흥 시장 국가와도 양국 간의 협력 방안을 논의를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기업인들을 만났습니다. 특히 AI 디지털 분야의 중국 벤처 투자 회사 사장인 리카이프나아스트라제네카 같은 제약 기업들과 함께 디지털 바이오 분야에 대해서 한국의 산업혁명 방안에 대해서 논의를 하였습니다.

◆ 은영미: 그래도 가장 하이라이트다 하면 매년 다보스포럼 기간 중에 열리는 WTO 통상장관회의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올해 회의에서는 어떤 이슈로 논의가 됐고 또 어떤 내용들이 오갔는지 그런 이야기를 해 주시죠.

◆ 유명희: 어쨌든 작년 12월에 WTO 상소 기구 기능이 사실 한 명만 남음으로써 정지되고 나서 올해 1월에 많은 장관들이 공식적으로 이렇게 만난 게 처음입니다. 그래서 모두 다 그 위기에 대한 의식을 분명히 공유를 하고 그런 상황에서 이제는 말이나 논의가 아니라 행동으로 WTO 개혁을 옮겨야겠다는 그런 생각에서 보다 진지한 WTO 개혁 방안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에서 첫 번째 상소 기구 기능의 정상화 복원이 시급하다는 점과 거기에 대한 방안을 제시를 했고 두 번째는 WTO에 현재 있는 규범을 잘 지켜야 WTO의 신뢰성이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규범을 지키고 이해하고 통보하는 방안에 대해서 제안을 했고 세 번째는 WTO가 21세기에 필요한 규범들을 못 만들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규범을 제정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를 해서 많은 장관들도 함께 공감을 하는 그런 논의를 했습니다.

◆ 은영미: WTO 전자상거래회의도 같이 열렸다고 하는데 과거에도 이렇게 같이 열렸던 거예요? 아니면 이번에만 특별히 열린 회의인가요?

◆ 유명희: 과거에 열린 적이 한 번 있는데 그때는 한 20~30분의 짧은 형식적인 자리였으면 이번에는 1시간 반에 걸쳐서 굉장히 진지하게 논의가 이루어지는 자리였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WTO의 규범이 출발한 1995년 이런 경우에는 전자상거래라는 게 그렇게 큰 비중은 안 차지했지만 지금 21세기에는 전자상거래의 비중이 굉장히 큽니다. 그래서 WTO의 옛날 지나간 규범들이 이 21세기 전자상거래를 제대로 못 다루고 있다 보니까 각 나라들이 지역별로 각기 다른 규정을 만들어서
그게 우리 기업처럼 세계로 진출하는 기업들에게는 큰 비용과 불확실성이 증가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정보를 자유롭게 이전하면서도 개인 정보 보호라든지 디지털화에 따르는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규범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치열한, 열띈 토론이 있었습니다.

주제3. 한국이 나아갈 방향은?

◆ 은영미: 작년이었죠? WTO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즉, 한마디로 포기 선언을 했었는데 농민들의 반발도 있기는 했습니다만 어쨌거나 변화된 국제 위상에 맞춰서 우리도 앞으로 향후 WTO에서 활동 방향이 좀 달라질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 유명희: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WTO에서 수출 기준으로는 6위, 교역 기준으로는 위에 해당하는 국가인데 여기에 맞는 역할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그러한 입장에서 개도국의 특혜를 일괄적으로 주장하지는 않겠다, 그렇게 발표를 했습니다. 물론 그렇지만 협상에서 우리가 민감 분야를 민감 품목을 보호하고 거기에 대해서 유연성을 확보하는 그런 권한은 유보한다고 분명히 함께 밝혔습니다. 이러한 한국의 적극적인 리더십 역할은 국제적으로도 많은 평가를 받고 있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WTO가 164개국 간의 의견 조정을 못해서 규범 제정을 더 이상 못하는 교착 상태에 빠졌는데 한국과 같이 선진국과 개도국의 입장을 다 이해하고 반영하고 조정할 수 있는 국가가 가교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회의에도 그렇게 입장을 내고
제안서를 내고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울러서 개도국 공무원들을 우리나라에 불러서 통상 관련 전문성을 더 강화하고 배양해 주는 WTO 개도국 공무원 과정도 올해부터 시작을 합니다.

◆ 은영미: 현 정부가 신남방정책 그리고 신북방정책 등 외교 정책 다변화를 지금 꾀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발맞춰서 우리의 통상 정책도 좀 지역별로 다변화해야 하는가 아니냐 하는 필요성도 제기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실 계획이신지요?

◆ 유명희: 말씀하신 대로 우리가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는 수출 의존도가 수출이9%를 차지합니다. 굉장히 큰 비중이어서 이제 다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대표적인 주력 지역이 신남방, 신북방 그리고 그 외의 신흥 시장인데 그런 점에서 이번에 다보스 가서도 신남방에 해당하는 인도, 말레이시아, 필리핀 장관들과 각각 양자 회담을 했고 양자 경제 협력 방안이나 시장 진출 방안뿐만 아니라 ISEP이라고 이 아시아 쪽의 16개국이 참여하는 이 협상을 올해 타결시키기 위한 방안도 논의를 했습니다. 신북방 쪽으로는 러시아와는 지금 서비스 투자 FTA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FTA 협상 말고도 자원, 산업 등 여러 가지 협력할 분야가 많기 때문에 그러한 협력을 강화해나갈 예정입니다. 세 번째로 신흥 시장 중에서도 특히 중남미 시장이 브라질이라든지 멕시코라든지 이런 큰 시장에 우리가 아직 FTA와 같은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 틀이 없습니다. 이런 나라들과도 조금 더 시장을 더 서로 간에 확대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해나갈 생각입니다.

◆ 은영미: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앞으로 이것만큼은 내가 있는 동안에 꼭 하고 싶다 하는 목표라든가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좀 이야기를 해 주시죠. 일단은 사실 지금 경제가 굉장히 여러 가지 여건 상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세계로 우리 기업이 우리 상품이 서비스가 뻗어나갈 수 있게 통상교섭본부가 전 세계를 누비면서 어느 곳이든지 문제가 있는 현장에 달려가고 문제가 있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원활하게 협상을 할 수 있는 규범의 틀을 마련하는 게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인 것 같습니다. 그 외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다른 나라들은 통상을 한 분야에서 전문가들이 수십 년을 한 길을 쌓으면서 국제협상장에서 만나면 서로 간에 이미 내공이 다 파악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전문성을 쌓기에는 아직 부족한 구조라 통상교섭본부가 전문성을 가지고 정말 세계에 나가서 무역 규범을 주도할 수 있는 그런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체제를 강화시키는 것을 개인적으로 꼭 갖고 싶습니다.

◆ 은영미: 다양한 현장에서 좋은 협상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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