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인터뷰①]`싸패다` 윤시윤 "실제 내 모습처럼 연기하니 호구 같대요"
입력 2020-01-28 07:01 
배우 윤시윤이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를 통해 내추럴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제공|moa엔터테인먼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제 오리지널리티를, 내추럴한 진짜 나를 보여준 느낌이죠. "
최근 종영한 tvN 수목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어쩌다 목격한 살인사건 현장에서 도망치던 중 사고로 기억을 잃은 육동식(윤시윤 분)이 우연히 얻게 된 살인 과정이 기록된 다이어리를 보고 자신이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고 착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였다. 스릴러 소재 드라마였지만 B급 병맛 코믹 요소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며 호평 속 종영했다.
드라마 종영 며칠 뒤 만난 윤시윤은 "매번 감회가 새롭다"면서 "종영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달려왔다"고 미소를 보였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어요. 버라이어티한 신이 많았죠. 다치지 않고 무사히 잘 끝나서 다행이고, 아직은 실감이 안 나요. 조만간 배우들과 만나기로 했는데, 역할에서 빠져나와있는 배우들을 봐야 실감날 것 같아요."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윤시윤을 비롯해 정인선, 박성훈, 허성태 등 다수 배우들이 유기적으로 엮인 상태로 하나의 큰 사건을 파고들었지만 그 안에서 윤시윤이 맡은 육동식의 비중은 상당했다. 드라마 출연진 중 육동식과 붙지 않은 인물이 없을 정도로 윤시윤의 하드캐리가 돋보였다.
이에 대해 "비중이 거의 펭수 급이었다"고 너스레를 떤 윤시윤은 "동식이로 인해 벌어지는, 동식이라는 미꾸라지가 이걸(극중 서인우의 설계) 흐리는 내용이었기 대문에 거의 다 나왔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잘 소화한다는 전제 하에, 배우로선 많은 분량을 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며 웃었다.
그의 말마따나,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데뷔 10년을 넘긴 윤시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장르물인데 코믹도 많았고, 회마다 힘줘야 하는 신이 많았어요. 첫회부터 7층. 공사장 신은 골조만 올라가 있는 데서 안전모 쓰고 촬영해야 했고 차에 치이는 장면, 비가 오는 장면, 다 많았죠. 지게차 액션신도 있었고. 촬영 당시에는 부담이 컸는데 그래도 본방송 날이 되면, 수고했던 장면이 나오니까 조금이나마 시청자가 봐주시겠지 하는데서 안심이 됐어요."
기억에 남는 힘든 장면은 동식의 탈옥 신이었다. 그는 "영화 쇼생크 탈출 패러디 장면이 있었다. 눈보라가 치는 날 실제로 물 속에 들어갔는데, 몸에 래핑도 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들어갔는데 나오자마자 몸이 냉동삼겹살처럼 꽝꽝 얼더라"고 아찔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배우 윤시윤은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속 어설프고 평범한 육동식이 사이코패스인 척 하는 장면을 위해 나름의 캐릭터 분석을 철저히 했다고 밝혔다. 제공|moa엔터테인먼트
그는 무엇을 경험하고 싶어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를 택했을까.
"싸이코패스인 척 하는 드라마였어요. 사실은 사이코패스답지 않은 걸로 채워진 게 우리 드라마 그리고 육동식의 매력이었는데, 저는 사이코패스를 연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사이코패스인 척 하는 사람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비슷한 맥락인데, 전작 친애하는 판사님께도 정통 법정극에 정통 판사라면 도전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작품은, 판사인 척 하는 애송이였거든요. 이번에도 사이코패스인 척 하는 애송이라면, 너무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어설플수록, 무르익지 않을수록 이 캐릭터는 빛을 발하는 거죠."
극의 텐션을 유지하면서도 때때로, 그 팽팽한 긴장을 풀어주는 코믹 요소가 들어있었다는 장르적 특이점은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의 시그니처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어설픈 육동식이 있었다.
"말 그대로, 둘 중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육동식이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스릴러도 안되고 코믹도 안 되고, 코믹 하기엔 세상 진지한 녀석, 하지만 스릴러 하기엔 너무 순한 녀석. 그 중간을 연기하려 했죠. 그래서 더 무섭게 할 필요도 없고, 코믹신에서 더 재미있게 하려 할 필요도 없었어요. 스릴러 장면에선 박성훈씨나 각 회차의 피해자로 열연해준 명품배우들이 긴장감을 증폭시켜주셨고, 코믹 부분은 최성원씨를 비롯해 배우들이 다 해주셨죠."
무엇보다 윤시윤에게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예능 아닌 드라마였음에도 그 자신의 모습을 많이 보여줄 수 있어 더 특별한 작품이었다.
"이번 드라마는 특히나 더, 원래의 제 성향을 많이 보여줬던 작품이에요. 칭찬 아닌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ㅋㅋㅋ 너 같다라는 게, 칭찬이겠죠?(웃음) 그런 모습들로 접근하려 했고, 최대한 윤시윤스럽게 하려고 했어요."
극중 육동식은 주변인들 사이 호구로 평가되는 평범한 인물이지만 기억상실증에 걸린 상태서 서인우(박성훈 분)의 다이어리를 손에 넣으며 스스로를 싸이코패스라 인식하고 행동했다.

"저는 제 모습을 연기했는데 사람들이 호구라고 봐주더라고요. 어리바리하다고. 다행인건지 어쩐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너무너무 즐길 수 있었어요. 현실에서의 나는 늘 도전하고 고쳐나가야 하고,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아지기를 채찍질하는 사람인데, 드라마 속 육동식은 내 모습으로 살아도, 매 신 매 컷 오케이 인정을 받으니까. 그런 면에서 행복했던 것 같아요."
윤시윤이 육동식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그가 호구 육동식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정확히 분석한 뒤 접근했기 때문일 터다. 착해서 무시받는 게 아닌, 다소 느린 것 뿐인 육동식 그 자체를 말이다.
"동식이는 착해서 무시당한다기보다는 요령을 피우지 못해서, 먹이사슬에서 제일 늦어지는 것 뿐이에요. 동식이도 사악한 마음이 있잖아요. 이 녀석이라고 왜 늑대 가득한 곳에서 늑대 안 되고 싶겠어요. 그런데도 태생적으로 양인 친구라, 늑대들 따라가봐야 양인 거죠. 제가 이해한 동식은 그랬어요. 양이라서 느리고, 느려서 못 따라가는 거라 생각했고, 그게 우리의 모습이라 생각했어요. 순하고 착해서 당하고 그런 연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엄연히 동식은 리얼 사이코패스와는 거리가 멀지만 나름의 각성을 하며 전에 없던 모습을 보여준 인물이다. 그렇게 탄생한 싸패동식(사이코패스 동식)은 왼쪽 입꼬리를 씩 올린다거나, 특유의 서늘한 눈빛을 보여주는데, 이 역시 윤시윤의 철저한 캐릭터 분석에 기반한 결과물이다.
배우 윤시윤은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를 '별미'라 칭하며 시청률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제공|moa엔터테인먼트
"나름의 상징적인 사이코패스를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매우 지리멸렬하고 너무나 뻔한 사이코패스를 만들어야 했어요. 동식이가 생각하는 사이코패스는 그거니까. 영화에서만 본 거니까. 그래서 그렇게 했죠."
윤시윤은 또 "인간은 가장 기쁜 순간에 눈물이 나고, 가장 슬픈 순간에는 웃음이 나온다고 하더라. 가장 극도의 감정 안에는 두 가지가 혼재한다는 건데, 사실 내 생각이 뭐가 중요하겠나. 진짜 사이코패스를 연기하려면 사이코패스에 대해 공부하는 게 낫겠지만 육동식은, 내가 생각한 엉터리 생각을 주입하는 게 맞다 싶었다. 내가 생각한 게 육동식에게 투영되고, 그러면서 스스로 만족하기를 바랬다. 말하자면 같잖음이랄까. 같잖음이 동식의 미학인 것 같았다"고 부연했다.
이같은 설정을 연기하며 든 생각은 "더 성장한 뒤 사이코패스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는 것. 그는 "나는 배우가 장르물에 도전하는 것은, 자신의 색채를 보여주면서도 임팩트 있고 무거운 혹은 특이한 주제를 전달할 수 있도록 훈련이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단 지금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장르물은, 나 자신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이코패스 연기는 쉽지 않더라. 연기는 멜로건 우정이건 상대의 연기를 바라볼 때 나오는 케미라는 게 있는데, 사이코패스 연기는 반대인 것 같다. 그 어떤 게 오더라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자기 것을 지켜가는 게 필요한 연기라 쉽지 않았다"며 "지금은 내 자신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배우로서 더 성장한다면 언젠가는 (사이코패스 역할에도)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열혈 시청자에게는 여느 국민드라마 못지 않은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지만, 대중성을 담보하진 못했다. 1%대로 시작한 드라마 시청률은 최종회차 3%대까지 올라섰지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라고.
"음식으로 치자면, 우리 드라마는 분명 특이한 소재였어요. 별미였죠. 맛이 있다없다를 표현하기 앞서서, 별미는 거부감 없게 해야 하는 거였거든요. 이 음식 못 먹겠어가 될 수도 있고, 뭔진 모르겠지만 먹어보고 싶어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건 배우의 역량인 것 같아요. 이걸 얼마나 거부감 없이 먹게 할 수 있게 하느냐에 대해서는, 조금은 아쉬움이 남아요."
그럼에도 윤시윤은 "말 그대로 코믹과 장르물이 섞여 있는, 그리고 너무 특이해서, 사람들도 상상 못 했던 건데, 어찌 됐건 결과는 나왔고, 스스로 엉망으로 만들진 않아서 다행이다, 안심이 드는 생각 반, 그리고 나 같은 배우를 끌고 해주신 데 대한 감사함 반 이렇게 남는다"며 빙긋 미소를 보였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