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지난 며칠 동안 법무부와 검찰은 인사를 놓고 말 그대로 전쟁을 치렀습니다.
급기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명을 거역했다"는 표현과 함께 감찰과 관련한 법령 검토를 지시했는데요.
이 뉴스, 사회부 법조팀 손기준 기자와 함께 추적해보겠습니다.
【 질문 1 】
손 기자, 한쪽은 '항명'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아니라고 하는데 인사 발표 전후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 기자 】
법무부는 목요일인 지난 8일 저녁, 논란의 검찰 고위직 인사를 발표했는데요.
그 전날로 돌아가 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첫 상견례를 가졌는데 당시엔 인사와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다음날 오전 인사안을 논의하는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린 뒤에도 장관과 총장이 따로 의견을 교환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는 건데요.
당시 법무부는 '장관이 총장의 의견을 듣고자 오전부터 기다리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는데,
이에 검찰은 '법무부가 먼저 인사안을 알려주지 않고 막연히 인사안을 만들어 보내라고 해 거절했다'며, 인사위 개최와 면담 시각도 매우 늦게 알려줬다고 반박했습니다.
다시 법무부가 검찰 측 주장을 재반박하며 의견 제출을 요구하자, 검찰은 여전히 먼저 인사안을 보내지 않으면 의견 제출은 없다는 태도로 맞섰는데요.
결국 윤 총장을 기다리던 추 장관이 8일 오후 4시쯤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 채 청사에서 나와 청와대로 향했고, 약 3시간 뒤 검찰 고위직 인사가 발표됐습니다.
【 질문 2 】
인사를 뜯어보니까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이 잘렸다는 평이 많네요? 일각에서는 '대학살'이라고 주장하고요.
【 기자 】
총 32명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는데, 대검찰청 참모진과 서울중앙지검장 등 주요 보직 대부분이 물갈이됐습니다.
특히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각각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제주지검장으로 좌천됐는데요.
반면, 현 정부와 연이 닿은 인물들은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 그리고 대검 참모로 영전했습니다.
윤 총장 입장에선 지난해 7월 인사가 난 지 6개월 만에 자신의 수족이 모두 잘리는 아픔을 겪은 겁니다.
【 질문 3 】
추 장관이 윤 총장이 항명한 데 대해 감찰이 가능할지 법령 검토를 지시했다는 소식도 어제 전해졌는데, 이게 실제 가능할까요?
【 기자 】
검찰 인사 바로 다음날인 9일인데요.
사진 속 추 장관은 장관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라는 메시지를 작성한 모습이 보입니다.
이처럼 법무부는 감찰이나 징계 법령을 검토하면서 윤석열 총장이 '항명'을 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듯한데요.
통상 장관이 총장과 고위직 인사를 상의할 땐 대략적인 인사안과 '블루북'이라 불리는 검사들의 인사 기록이 먼저 총장 측에 통보된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법무부가 사전에 어떤 자료도 대검에 건네주지 않은 것으로 보여, 윤 총장이 의견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이 과연 '항명'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도 자신의 SNS에 "50년을 뒤로 간다. 민주화 세력이 민주주의를 망가뜨린다"며 법무부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선 윤 총장이 감찰 대상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혹시라도 감찰이 이뤄진다면 윤 총장이 사퇴를 할 가능성, 그리고 검찰들이 반발을 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현 국면에서 추 장관이 '감찰'을 내세워 윤 총장에 대한 압박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 질문 4 】
그런데 윤 총장에 대해 항명이라고 했던 추 장관은 7년 전엔 지금과는 좀 다른 입장을 가졌었네요?
【 기자 】
네, 국회에서 추 장관은 "검찰총장의 명을 거역했다"는 말까지 했었는데요. 잠깐 보고 오겠습니다.
▶ 인터뷰 : 추미애 / 법무부 장관(그제)
- "제가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2013년,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당시 수사팀장이 윤 총장이었습니다.
당시 윤 총장은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한 뒤 수사팀에서 배제됐는데, 이를 두고 추 장관은 지금과 180도 다른 말을 쏟아냈습니다.
▶ 인터뷰 : 추미애 / 당시 민주당 의원(2013년 11월)
- "아까 제가 질문하는 거 안 들으셨어요? 수사 제대로 하는 검사들 다 내쫓고 공소유지에 관심이 없는데?"
조 전 장관도 당시 이를 두고 SNS에 '찍어내기'라고 비난했는데,
이를 재인용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수사 제대로 하는 검사는 자른다'는 진리는 정권에 상관없이 영원히 타당하다"고 비꼬았습니다.
【 질문 5 】
그런데 손 기자,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은 전례가 있나요? 그리고 실제로 이뤄진다면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 기자 】
할 뻔한 적이 있습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 당시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감찰을 지시했지만, 채 전 총장이 사임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만약 감찰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우선 법무부감찰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서, 법무부가 감찰을 진행하고서 다시 위원회의 판단을 받게 됩니다.
징계는 최대 '해임'까지 가능하지만, 참고로 윤 총장이 예전에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받은 징계가 정직 1개월이었던 만큼 해임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합니다.
【 질문 6 】
손 기자, 이번 인사가 마지막은 아니라면서요. 곧 차·부장검사 인사도 나는데, 이번 사태가 반복될까요?
【 기자 】
불행히도 다시 한 번 법무부와 검찰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법무부는 적어도 설 연휴 전에는 차·부장검사 인사를 발표하고 다음달 3일엔 평검사 인사를 낼 예정인데요.
비슷한 시기,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내 반부패부사부와 공공수사부 등 '직접수사부서'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직체계도 개편할 방침입니다.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는 현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과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입니다.
문제는 법령상 차·부장검사는 필수보직기간이 1년이지만, 조직 개편이 있다면 인사 이동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이를 이용해 현 정부를 겨냥한 수사팀을 이끄는 차·부장검사들을 대거 인사 이동 시켜, 수사팀을 사실상 '해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 앵커멘트 】
법무부와 검찰의 '전쟁', 압축된 설명으로 잘 들었습니다.
중요한 건 아직 '기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건데요. 앞으로도 어떻게 흘러갈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손기준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김경준
지난 며칠 동안 법무부와 검찰은 인사를 놓고 말 그대로 전쟁을 치렀습니다.
급기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명을 거역했다"는 표현과 함께 감찰과 관련한 법령 검토를 지시했는데요.
이 뉴스, 사회부 법조팀 손기준 기자와 함께 추적해보겠습니다.
【 질문 1 】
손 기자, 한쪽은 '항명'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아니라고 하는데 인사 발표 전후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 기자 】
법무부는 목요일인 지난 8일 저녁, 논란의 검찰 고위직 인사를 발표했는데요.
그 전날로 돌아가 보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은 첫 상견례를 가졌는데 당시엔 인사와 관련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다음날 오전 인사안을 논의하는 검찰인사위원회가 열린 뒤에도 장관과 총장이 따로 의견을 교환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는 건데요.
당시 법무부는 '장관이 총장의 의견을 듣고자 오전부터 기다리고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는데,
이에 검찰은 '법무부가 먼저 인사안을 알려주지 않고 막연히 인사안을 만들어 보내라고 해 거절했다'며, 인사위 개최와 면담 시각도 매우 늦게 알려줬다고 반박했습니다.
다시 법무부가 검찰 측 주장을 재반박하며 의견 제출을 요구하자, 검찰은 여전히 먼저 인사안을 보내지 않으면 의견 제출은 없다는 태도로 맞섰는데요.
결국 윤 총장을 기다리던 추 장관이 8일 오후 4시쯤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 채 청사에서 나와 청와대로 향했고, 약 3시간 뒤 검찰 고위직 인사가 발표됐습니다.
【 질문 2 】
인사를 뜯어보니까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이 잘렸다는 평이 많네요? 일각에서는 '대학살'이라고 주장하고요.
【 기자 】
총 32명에 대한 인사가 단행됐는데, 대검찰청 참모진과 서울중앙지검장 등 주요 보직 대부분이 물갈이됐습니다.
특히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각각 부산고검 차장검사와 제주지검장으로 좌천됐는데요.
반면, 현 정부와 연이 닿은 인물들은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 그리고 대검 참모로 영전했습니다.
윤 총장 입장에선 지난해 7월 인사가 난 지 6개월 만에 자신의 수족이 모두 잘리는 아픔을 겪은 겁니다.
【 질문 3 】
추 장관이 윤 총장이 항명한 데 대해 감찰이 가능할지 법령 검토를 지시했다는 소식도 어제 전해졌는데, 이게 실제 가능할까요?
【 기자 】
검찰 인사 바로 다음날인 9일인데요.
사진 속 추 장관은 장관정책보좌관에게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라는 메시지를 작성한 모습이 보입니다.
이처럼 법무부는 감찰이나 징계 법령을 검토하면서 윤석열 총장이 '항명'을 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듯한데요.
통상 장관이 총장과 고위직 인사를 상의할 땐 대략적인 인사안과 '블루북'이라 불리는 검사들의 인사 기록이 먼저 총장 측에 통보된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법무부가 사전에 어떤 자료도 대검에 건네주지 않은 것으로 보여, 윤 총장이 의견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이 과연 '항명'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도 자신의 SNS에 "50년을 뒤로 간다. 민주화 세력이 민주주의를 망가뜨린다"며 법무부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현재로선 윤 총장이 감찰 대상이 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입니다.
혹시라도 감찰이 이뤄진다면 윤 총장이 사퇴를 할 가능성, 그리고 검찰들이 반발을 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현 국면에서 추 장관이 '감찰'을 내세워 윤 총장에 대한 압박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 질문 4 】
그런데 윤 총장에 대해 항명이라고 했던 추 장관은 7년 전엔 지금과는 좀 다른 입장을 가졌었네요?
【 기자 】
네, 국회에서 추 장관은 "검찰총장의 명을 거역했다"는 말까지 했었는데요. 잠깐 보고 오겠습니다.
▶ 인터뷰 : 추미애 / 법무부 장관(그제)
- "제가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2013년,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당시 수사팀장이 윤 총장이었습니다.
당시 윤 총장은 윗선의 수사 외압을 폭로한 뒤 수사팀에서 배제됐는데, 이를 두고 추 장관은 지금과 180도 다른 말을 쏟아냈습니다.
▶ 인터뷰 : 추미애 / 당시 민주당 의원(2013년 11월)
- "아까 제가 질문하는 거 안 들으셨어요? 수사 제대로 하는 검사들 다 내쫓고 공소유지에 관심이 없는데?"
조 전 장관도 당시 이를 두고 SNS에 '찍어내기'라고 비난했는데,
이를 재인용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수사 제대로 하는 검사는 자른다'는 진리는 정권에 상관없이 영원히 타당하다"고 비꼬았습니다.
【 질문 5 】
그런데 손 기자,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은 전례가 있나요? 그리고 실제로 이뤄진다면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 기자 】
할 뻔한 적이 있습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 당시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감찰을 지시했지만, 채 전 총장이 사임하면서 일단락됐습니다.
만약 감찰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우선 법무부감찰위원회의 자문을 거쳐서, 법무부가 감찰을 진행하고서 다시 위원회의 판단을 받게 됩니다.
징계는 최대 '해임'까지 가능하지만, 참고로 윤 총장이 예전에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받은 징계가 정직 1개월이었던 만큼 해임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합니다.
【 질문 6 】
손 기자, 이번 인사가 마지막은 아니라면서요. 곧 차·부장검사 인사도 나는데, 이번 사태가 반복될까요?
【 기자 】
불행히도 다시 한 번 법무부와 검찰의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법무부는 적어도 설 연휴 전에는 차·부장검사 인사를 발표하고 다음달 3일엔 평검사 인사를 낼 예정인데요.
비슷한 시기,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 내 반부패부사부와 공공수사부 등 '직접수사부서'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직체계도 개편할 방침입니다.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는 현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과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입니다.
문제는 법령상 차·부장검사는 필수보직기간이 1년이지만, 조직 개편이 있다면 인사 이동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이를 이용해 현 정부를 겨냥한 수사팀을 이끄는 차·부장검사들을 대거 인사 이동 시켜, 수사팀을 사실상 '해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 앵커멘트 】
법무부와 검찰의 '전쟁', 압축된 설명으로 잘 들었습니다.
중요한 건 아직 '기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건데요. 앞으로도 어떻게 흘러갈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손기준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김경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