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봉준호 `기생충`, 美 HBO 드라마로 재탄생
입력 2020-01-10 15:40 
드라마 '기생충'의 제작자로 예정된 애덤 맥케이 감독

봉준호 감독의 칸 대상 수상작 '기생충'이 미국 HBO 드라마로 제작될 전망이다. HBO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체르노빌'을 만든 미국 유명 케이블 채널이다. 영화계에서는 이번 소식이 '기생충'의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 선정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일 '기생충' 투자 배급사 CJ ENM은 "'기생충'을 HBO 드라마로 만들기로 사실상 합의했다"며 "최종 사인을 남겨둔 상태"라고 밝혔다. 이날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 영국 버라이어티 등 해외 연예 매체도 같은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제작에는 '바이스'를 찍은 애덤 매케이 감독이 참여한다. 그는 '기생충'의 미국 개봉 전 영화를 먼저 본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재미있고, 충격적이며, 기념비적이다"라며 "지금까지 자본주의 추종에 관해 만들어진 가장 위대한 영화적 발언"이라고 극찬했었다.
매케이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도 자본주의의 폐단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연출자다. 대표작 '빅쇼트'에서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재기 넘치는 연출로 꼬집었다. CJ ENM 관계자는 "봉 감독과 애덤 매케이가 드라마 제작에 관해 상의하던 도중 HBO가 가세했다"고 알렸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CJ ENM]
봉 감독과 CJ ENM은 각각 제작자와 제작사로 이름을 올린다. HBO에 단순히 판권만 넘기는 형태가 아니라 원작자가 리메이크 방향에 의견을 보탤 수 있게 된 것이다. 연출 및 세부 프로그램 구성, 캐스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해 5월 '기생충'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다수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가 리메이크에 눈독을 들여왔다.
봉 감독 또한 같은 해 10월 "'기생충'의 드라마 제작 문의가 미국에서 들어온다"며 "각 캐릭터에 대해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드라마로 구성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얘기한 바 있다. 넷플릭스도 '기생충' 드라마화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CJ ENM]
'기생충'을 향한 일련의 관심은 아카데미 수상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작품 출품 및 초청' 형식으로 이뤄지는 여타 영화제와 달리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작은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다.
전 세계 약 8000명으로 구성된 AMPAS 회원의 눈길을 사로잡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다. HBO가 리메이크하기로 결정했다는 건 그 자체로 완성도와 오락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HBO는 현재 미국 유료 케이블채널 중 최고 선호도를 자랑한다.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사진 제공 = CJ ENM]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아카데미는 미국 내 반응과 인지도를 중시하기 때문에 이런 논의는 평점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아카데미 회원들은 주로 영화계 현업에 있기에 대중성과 상업성에 초점을 맞춰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최종 후보 선정 여부는 오는 13일(현지시간) 결정된다. 현재 국제극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과 주제가상 등 2개 부문 예비 후보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아울러 작품상, 감독상 후보 선정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중 한 부문에만 노미네이트돼도 한국영화 최초 기록을 세우게 된다.
[박창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