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란 사태에도…외국인 반도체·금융株 샀다
입력 2020-01-07 17:46  | 수정 2020-01-07 21:39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와 금융주를 중심으로 '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 2~6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 반도체 관련주와 KB금융, 신한지주로 대표되는 금융주를 집중 순매수했다. 해당 기간 동안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733억원어치를 샀고 SK하이닉스(494억원), 삼성전기(450억원), KB금융(368억원), 신한지주(30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유가증권시장 전체를 놓고 봐도 중동발 악재 부상에도 불구하고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은 미국의 이란 공격 소식이 알려진 3일 2623억원 순매수에 이어 6일 991억원, 7일 1953억원을 순매수했다.
시장에선 미국·이란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몰렸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일부 후퇴했다고 보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과 나스닥 지수는 각각 0.4%, 0.6% 상승하며 일부 위험자산 가격이 회복세를 보였다. 유로존 투자자기대지수가 1월 7.6으로 전월치(0.7)와 예상치(2.6)를 크게 뛰어넘은 점도 위험자산 투자심리 회복에 힘을 더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중동에서 암초를 만났지만 글로벌 경기 턴어라운드 재료는 여전하다"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된 사례를 쉽게 찾기 어려운 만큼 한국 증시도 수출 회복과 반도체 단가 개선에 베팅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반도체 업종은 올해 들어 실적 반등이 꾸준히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번주 중으로 예정된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반도체 업황의 저점 확인 여부에 투자자들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서 발표한 반도체 수출 금액에 따르면 지난 12월은 전년 동기 대비 -17.7%로 감소했지만 11월 감소폭인 -30.8%에 비하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수출 물량 기준으로는 10월 +11.2%, 11월 +18.2%에 이어 12월 +35.9%로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들어 본격화될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 전환 수요 증가와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수요는 이란 리스크와는 상관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주가 상승을 점칠 만한 배경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글로벌투자전략부장은 "미국이 이란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건 북한에도 비슷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이란 이슈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는 경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저금리 장기화로 지난해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던 은행 관련주는 과도한 배당락과 기준금리 하방 한계점 도달 기대감에 따라 최근 매수세가 일부 유입되는 모양이다. 배당기준일인 지난 12월 26일부터 1월 2일 동안 은행, 증권, 보험 종목 수익률은 대체로 코스피에 비해 큰 폭으로 하회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KB금융(-5.8%)과 신한지주(-6.9%) 등 은행업종에서는 외국인의 매수에도 불구하고 기관과 연기금의 매도세가 강력하게 주가를 끌어내렸다.
여전히 기관을 중심으로 배당락 매물이 출회되는 모습이지만 은행업종에 대한 악재는 이미 반영이 대부분 끝났다는 시각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상 코스피 시장에서 배당이 가장 높은 편인 은행주 주가가 배당락 이후 많이 내렸지만 연초 주가는 다시금 정상화 흐름을 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자동차 업종은 신차 출시가 이끌 실적 개선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12월 부진한 해외 출하량으로 기관·외국인의 동반 매도세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기관과 외국인은 현대차를 각각 388억원, 431억원어치 순매도했고 기아차는 443억원, 71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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