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 이춘재 8차사건 재심 개시 의견서 제출
입력 2019-12-23 16:19  | 수정 2019-12-23 16:23

검찰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에 대한 '재심 개시 의견서'를 23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사건 당시 윤모씨(52)에 대한 유죄 판결의 핵심 증거로 사용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가 허위로 작성됐다고 보고 이 같이 조처했다.
수원지검 전담조사팀은 이날 이춘재 8차 사건 직접 조사 결과 브리핑을 열고 재심 개시 의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재심청구인 윤씨의 무죄를 인정할 새로운 증거의 발견(이춘재의 진범 인정 진술) △수사기관 종사자들의 직무상 범죄(불법감금·가혹행위) 확인 △윤씨 판결에 증거가 된 국과수 감정서 허위 작성 확인 등을 사유로 들어 재심을 개시할 이유가 상당하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또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에 보관된 8차 사건 현장의 체모 2점에 대한 감정을 위해 법원에 문서 제출 명령과 감정의뢰도 신청했다.
검찰은 사건 당시 국과수 감정서(1989년 7월 24일자) 상 '현장 음모'에 대한 분석 값은 실제 현장 음모에 대한 방사성동위원소 분석 결과가 아니라 'STANDARD'라는 표준 시료에 대한 분석 결과를 임의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해당 국과수 감정서의 '재심청구인의 음모'에 대한 분석값은 윤씨가 아니라 다른 제3자의 분석결과를 임의 기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국과수 감정인이 분석값을 임의로 더하거나 빼는 방법으로 작성해 '허위 결과'를 만들어 낸 것으로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감정서가 조작됐다는 것이다. 이는 국과수 감정서에 '오류'가 있었을 뿐이라는 경찰의 재수사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다만 검찰은 당시 국과수 감정인이 지병으로 치료받고 있어 조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이춘재의 구체적인 자백과 당시 경찰 수사관들의 가혹행위 및 불법체포·구금이 일부 사실로 확인돼 재심을 개시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법원이 실제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릴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20년을 복역하고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 자백 이후 박준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지난 달 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검찰은 "국과수 감정서 허위 작성 경위, 윤 씨에 대한 가혹행위 경위 등 추가 진상규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재심 절차가 열리면 관련자를 증인 신청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 밝혀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박모양(당시 13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수원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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