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LG화학 고혈압 치료제 생산 축소
입력 2019-12-18 14:39 

지난해 고혈압약 성분 발사르탄 원료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제품이 대거 판매 중지되자 해당 제조사가 사업 축소에 나서는 등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18일 LG화학은 자사가 생산하는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브이'의 품목허가를 이달 초 자진 취하했다고 밝혔다. 발사르탄 검출로 판매 중지된 제품 가운데 품목허가 취하까지 신청된 건 올해 7월 이후 이번이 6번째다.
노바스크브이는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노바티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엑스포지'의 제너릭의약품(복제약)으로 LG화학이 제조하고 한국화이자제약이 국내 판매를 맡아왔다. LG화학은 판매가 아닌 생산 책임만 갖고 있지만 품목허가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어 판매중지 사태 1년 후인 최근 품목허가 취하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지난해 7월 식약처는 국내 고혈압약 성분인 발사르탄 원료에서 발암우려물질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이를 활용한 복제약 등 총 175개 제품을 판매 중지 조치했다. NDMA는 이후 위장약 성분인 라니티딘과 니자티딘에서 검출돼 파장을 불러왔고 최근에는 해외 당뇨병 치료제(메트포르민)에서도 기준 초과 검출됨으로써 논란을 일으킨 물질이다. 다만 식약처는 올해 175개 제품 가운데 추가 정밀 조사 결과 NDMA 등 불순물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134개 제품에 대해선 판매 재개 조치를 내렸다.
LG화학이 생산하는 노바스크브이는 여전히 판매 중지된 나머지 41개 제품 중 하나다. 특히 노바스크브이는 지난 2017년 기준 연간 원외처방액이 78억원에 달해 대원제약 '엑스콤비'(95억8000만원)에 이은 매출 2위 제품이었고 한국휴텍스제약 '엑스포르테'(76억6000만원)가 3위였다.

LG화학은 기존에 노바스크브이 외에도 외국산 고혈압 치료제 2개를 수입·판매하고 자체 개발한 고혈압 치료제 분야 개량신약 2개까지 생산함으로써 총 5개 고혈압 치료제를 생산·수입해 왔다. 이 가운데 NDMA 검출로 판매 중지된 건 노바스크브이뿐이어서 이번에 이에 대한 품목허가만 취하할 뿐 NDMA가 나오지 않은 나머지 4개 제품에 대해선 생산·수입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고혈압 치료제 사업을 일부 축소하긴 하지만 엄밀히 말해선 복제약 사업을 축소하는 의미가 강하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최근 발사르탄 고혈압 치료제를 둘러싼 구상금 청구 소송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0월 NDMA가 검출된 고혈압 치료제를 환자들에게 회수·교환해주는 과정에서 건강보험 추가 지출손실금이 발생한 만큼 제약사 69곳에 20억2900만원의 구상금을 납부하라고 고지했다. 하지만 대원제약 등 36개 제약사는 이 구상금을 낼 수 없다며 건보공단을 상대로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를 제기했다.
억대 구상금이 청구된 제약사 중에서는 LG화학만 유일하게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다. LG화학은 노바스크브이 판매사인 한국화이자제약과 협의해 구상금을 이미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제출받은 구상금 고지·징수 현황에 따르면 현재까지 오직 26개 제약사만 4억3600만원의 구상금을 납부해 징수율이 21%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 중지 고혈압약 가운데 파마킹이 제조한 '바르사핀'이 올해 7월 가장 먼저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했고 이후 건일제약 '암디사르', 씨티씨바이오 '엑스로빈', SK케미칼 '엑스패럴' 등도 잇따라 취하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번엔 매출 2위 제품인 LG화학 노바스크브이가 품목허가를 취하함에 따라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제법 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판매 중지된 제품 가운데 2017년 기준 매출 1위 제품 엑스콤비를 생산해온 대원제약 관계자는 "(엑스콤비의) 품목허가를 자진 취하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다른 제품으로 고혈압 치료제를 내놓고 있기 때문에 이들 대체의약품 중심으로 사업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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