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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보유 韓주식 40%가 `반도체 투톱`…내년에도 더 담을까
입력 2019-12-17 18:02  | 수정 2019-12-17 20:03
미국과 중국이 벌였던 '무역전쟁'이 1단계 합의에 도달하면서 1년 넘게 고전하던 국내 반도체 종목 주가와 업황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켤 기미를 보이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중 무역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지난 13일 이후 이날까지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6298억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의 같은 기간 순매수도 3360억원이나 됐다. 11월 내내 '팔자'에 집중했던 외국인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일단 타결되자 가장 크게 내상을 입었던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 위주로 다시 사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매일경제가 한국거래소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해본 결과 17일 종가 기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약 1476조원)에서 삼성전자(우선주 제외)와 SK하이닉스 두 종목 시가총액 비중은 27.5%였다. 그러나 외국인은 이 두 종목을 코스피 비중과 비교해도 훨씬 더 집중적으로 담았다.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7일 시가총액 기준으로 570조원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중 39.8%에 달하는 227조원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종목에 투자했다.
실제 주가도 외국인의 이 같은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13일 5만4700원을 기록했고, 이어 16일에도 같은 금액으로 마무리했다. 17일에는 5만6700원으로 마감했다. 1주가 채 안 되는 기간에 2번의 52주 신고가 경신을 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작년 5월 9만5300원까지 올라갔다가 7만원대까지 떨어진 쇼크를 만회하고 있다.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9만2800원에 마감했다.
반도체가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가장 큰 위협요인을 한고비 넘어서면서 수급상으로도, 리스크 측면에서도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분석이다. 일단 서버 증설 수요가 많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와 애플플러스 등이 잇달아 출격하면서 글로벌 OTT(Over the Top·인터넷 동영상서비스) 시장은 내년에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라 서버 관련 반도체 수요가 확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OTT 업체 간 경쟁과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로 서버용 D램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이 1차 합의에 들어가면 중국에서 만들어진 서버에 부과되는 관세가 줄어들고 결국 중국의 반도체 수요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D램 재고가 3분기를 기점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한국 반도체 업황 회복론에 힘을 싣는다. 신한금융투자 추산 자료에 따르면 D램 재고는 올해 3분기부터 줄어들었다. 3분기 말 재고는 삼성전자 6.5주분, SK하이닉스 5.3주분씩이었다. 올 4분기 D램 재고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각각 4주, 3주분으로 줄어들 전망이고, 2020년 3분기에는 D램이 공급 부족 상태로 전환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재고가 줄어들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업체의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된다.
내년 5세대(5G) 서비스가 중국과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기대감을 품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내년 아이폰 5G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 역시 중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번 1차 합의로 중국산 아이폰이 관세를 피하게 되면 그만큼 모바일용 D램 수요는 늘어난다"고 말했다.
코스피 반도체 중소형주도 덩달아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코스피 중소형주, 그중에서도 반도체와 IT 하드웨어 등의 매력이 높다"면서 "시가총액 규모와 무관하게 이들은 수혜 업종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긍정적인 요인은 '약달러' 추세 전환 가능성이다. 한동안 달러가 강세를 보였지만,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 타결로 다시 약세로 돌아섰고, 이는 외국인을 증시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된다. 시장에선 1단계 합의를 계기로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됐다는 측면에서 '약달러' 강화 가능성과 함께 외국인이 환차익을 노리고 한국 증시로 추가 유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 합의에 대한 시장의 온도 차가 있지만 이전 사례와 달리 달러값이 중기 박스권 추세를 이탈하고 있다"며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외국인의 코스피 수급은 원·달러 환율 1200원 선에서 매수세로 전환해 1000원 선에서 매도세로 전환한 게 경험칙으로 존재한다"고 밝혔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한국 기업의 이익 반등도 중요하지만, 달러값과 원화값의 향방에 따라서도 외국인 주도 증시 랠리가 펼쳐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코스피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2195.68에 마감했다. 전일 대비 1.27% 뛰어오른 숫자로 2200선에 근접하고 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월 3일(2196.32) 이후 7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5500억원 넘게 사들인 외국인의 영향이 컸다.
서상영 키움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한국 증시는 외국인이 반도체 업종을 위주로 대량 순매수한 데 힘입어 상승폭을 확대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아시아 시장이 위험자산의 선호 심리 회복 기조가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박인혜 기자 / 우제윤 기자 /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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