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지진 후폭풍 포항서 `내진설계 아파트`로 완판
입력 2019-12-17 17:59  | 수정 2019-12-17 19:45
포항 로열파크씨티 장성 푸르지오 조감도. [사진 제공 = DK도시개발]
2016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3년 넘게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돼 관리를 받아오던 경북 포항 아파트 분양 시장에 최근 이변이 일어났다. 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2017년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발생해 지역 경제가 급격히 위축됐는데 150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가 지난주 미분양이 한 가구도 없이 모두 팔렸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DK도시개발·DK그룹이 시행하고 대우건설이 시공을 맡은 '포항 로열파크씨티 장성 푸르지오'다. 이 단지는 포항 북구 장성침촌지구(39만3585㎡)에 조성 중인 4464가구 규모 미니 신도시급 주거 단지 가운데 1차분 1500가구에 해당된다. 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장성동 산 50 일원에서 지하 2층~지상 30층 규모로 지어진다. 대지면적만 6만3818.8㎡에 달하고 건폐율 17.96%, 용적률 268.16%를 적용받았다.
포항 로열파크씨티 장성 푸르지오가 분양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진 특화 설비 덕분이다. 2016년 경주 현곡 아파트 현장에서 지진을 경험했던 대우건설은 로열파크씨티 장성 푸르지오에 리히터 규모 6.5의 강진도 버틸 수 있는 내진 1등급 설계에 '제진댐퍼'와 '스마트 지진 감지 시스템' 등 지진 특화 설비를 적용했다. 이 덕분에 분양 과정에서도 일반적으로 가장 늦게 팔리는 저층부터 먼저 팔렸다. 안전성이 입증된 단지에 대해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먼저 대피할 요량으로 소비자들이 저층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애물단지로 꼽히는 저층이 술술 팔려 나가자 고층 분양도 순식간에 끝났다.
천혜의 지형 조건도 한몫했다. 주변 택지지구가 매립지여서 연약 지반인 데 반해 장성지구는 야산 근처라 지반이 안정적이다. 지형 조건에다 내진 시스템까지 갖춘 대형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로 알려지며 실수요자들의 신뢰감이 더해졌다.
또 특이한 점은 정남향이 아니면 절대 팔리지 않는 포항 분양 시장의 불문율이 깨졌다는 점이다. 지진이 아파트 향(向)보다 안전에 더 가치를 두는 소비자 패턴으로 변화를 몰고 왔다는 분석이다. 로열파크씨티 장성 푸르지오 시공사인 대우건설의 곽병영 주택사업 실장은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 5.4의 지진 발생과 대형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지역 경제가 급격히 위축돼 초기에는 분양에 회의적이었다"며 "시행사와 시공사가 상호 협력해 연이은 자연재해를 이겨내고 100% 분양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포항이 분양권 전매제한이 없다는 점도 이번 완판에 기여했다.
김정모 DK도시개발·DK그룹 회장은 "커뮤니티 시설을 특화해 단지 내에서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하다"며 "단순한 주거공간 공급에서 한 발 나아가 미니 신도시급의 미래형 생활공간 개발을 지향하는 DK도시개발의 철학이 녹아 있는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이번 완판을 계기로 포항 주택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포항은 1968년 포스코가 설립된 이후 인근 지역인 남구를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주공아파트도 들어서 구도심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00년대 포항시청 등 공공기관이 북구로 이전하면서 신도심으로 성장했고, 양덕지구·장성지구 등 택지지구 및 도시개발지구가 조성돼 인구가 증가세다. 신도심 북서쪽 장성지구에 위치한 로열파크씨티 장성 푸르지오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이 단지는 KTX 포항역이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을 정도로 가깝다. 단지 옆으로 삼흥로가 남구 시내로 바로 연결되고, 북쪽으로는 영일만대로로 이어져 산업단지를 오가기 편리하다. 삼흥로는 7번 국도와 연결돼 이웃 도시로의 광역교통망도 좋다. 시내외로 이동하기 편리한 사통팔달 입지를 갖췄다는 평이다. 입주한 지 10년이 넘은 인근 양덕지구가 자리 잡으며 생활 인프라스트럭처도 풍부한 편이다.
실제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단지가 대기업 브랜드 인지도와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평가 덕분에 입주한 지 10년이 지난 양덕지구 5000여 가구에서 갈아타는 수요층이 많다"고 귀띔했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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